시인 오형석의 시선은 다르다. 종이박스는 ‘관계’란다. 오 시인에 따르면, 얇은 골 종이들이 외부 충격을 흡수하되, 서로 떨어지지 않기 위해 악착같이 붙들고 있다는 것. 그는 “종이박스는 물건을 위해 기꺼이 제 몸을 네모반듯하게 접었다”며 “박스에는 물건만 담겨있는 게 아니었다. 박스는 ‘관계’를 품고 있다”고 말한다. 그의 통찰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책 ‘잘 익은 토마토’(벼리커뮤니케이션)에는 오 시인의 이 같은 혜안이 가득 담겨 있다. 시인 특유의 섬세한 감성과 일상의 사소한 경험에서 얻은 깊은 사색의 결과물이다. 대수롭지 않게 보이는 사물이 어떤 모습으로 우리 삶에 스며들어 관계를 맺는지, 그 과정을 통해 존재의 의미를 짚어낸다.
오 시인은 2003년 계간 ‘문학인’과 ‘한라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했다. 사회과학을 공부했고, 문예창작 대학원에서 석사를 마쳤다. 신문, 잡지 등에서 기사 쓰는 일로 밥벌이를 했다. 현재는 카페문화 웹진 ‘카페인’에 글을 쓰는 에디터로 활동중이다.
생각이 영그는 인문에세이라는 부제가 붙은 책은 시인이 등단 후 처음 펴낸 산문집이자, 벼리커뮤니케이션이 기획한 ‘카페의 서재’ 4번째 책이다. 차곡차곡 마음의 근육을 키워갈 수 있도록 진솔하게 풀어낸 벼리커뮤니케이션의 시리즈 기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