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 회사채 발행은 마무리 수순을 밟고 있지만 이와 다르게 시장에서는 뜨거운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일부 기관에서 금리가 정점일 때 물량을 확보하자는 움직임이 나타나면서 크레딧 시장의 전반적인 강세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특히 회사채 발행이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돌입하면서 갈 곳 없는 수요가 그동안 기피했던 여전채로까지 몰리는 모습이다.
2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여전채(AA-) 3년물과 국고채 3년물간 스프레드는 지난 24일 기준 112.5bp(베이시스포인트, 1bp=0.01%포인트)로 연초 222.5bp보다 큰 폭으로 축소됐다. 지난달 초 113.2pb와 비교해도 축소되고 있는 흐름이다.
|
연말 회사채 발행은 사실상 거의 마무리됐다. 12월 롯데오토리스와 CJ CGV(079160), SK(034730) 정도만 수요예측을 앞두고 있을 뿐이다. 11월 들어서도 롯데손해보험 후순위채를 포함해 대한항공, LG유플러스, 삼양홀딩스 등 단 네 곳만 수요예측을 진행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수요가 몰리면서 이들은 모두 수요예측에서 계획했던 규모 이상의 수요를 받아내는데 성공했다. 가장 최근 수요예측을 진행한 삼양홀딩스(000070)는 총 1000억원 모집에 5200억원의 주문을 받았고, A- 등급인 롯데손해보험(000400)조차 400억원 모집에 790억원의 자금을 끌어모았다. 지난달까지만해도 일부 비우량채에서 미매각이 발생하고, 우량채도 오버 발행을 기록하는 등 차가웠던 분위기가 이달 들어서는 반전된 것이다.
최근 회사채 시장 분위기가 달라진 가장 큰 이유는 금리다. 11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동결하면서 시장에 금리가 정점을 찍었다는 인식이 확산한 것이다. 여기에 최근 시장의 우려를 키웠던 청담동 프리마호텔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태가 한숨 돌리는 분위기가 되면서 시장에 안도감이 급격하게 퍼졌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얼마 남지 않은 연초효과에 대한 기대감이 맞물리면서 크레딧 시장의 강세로 나타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화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작년 레고랜드 사태 이후 빨리 매수에 나섰던 곳이 결과적으로 수익이 좋았다”면서 “연초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전에 사려다보니 지난달과 분위기가 급격히 달라진 느낌”이라고 말했다.
다만 올해만큼 연초효과가 강하게 나타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올해는 레고랜드 사태 이후 급격하게 시장이 안정화하면서 전례없는 회사채 시장 호황이 나타난 해였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발행사들이 연초로 발행을 미루면서 내년 초 회사채 발행 자체는 많을 것”이라면서 “올해가 워낙 특별한 해였던만큼 내년 초 연초효과는 올해만큼 길지도, 깊지도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