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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모리셔스에 갇힌 신혼부부 전화인터뷰 "설명없이 강제격리"

이명철 기자I 2020.02.24 14:42:43

모리셔스 강제 격리된 신혼부부 현지 통화
신혼부부 17쌍 코로나19 우려에 14일간 격리 조치
“열 체크 외 다른 조치 없어"
외교부 “엄중 항의 조치…현지 정부 결정 후 대응"

[세종=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입국하자마자 한국인만 따로 세우더니 어디인지도 모르는 지역의 시설로 이동해 격리당했다. 제대로 씻지도 먹지도 못한 채 밤새 잠을 설쳤다. 공항 억류 후부터 밤까지 생수 한병과 샌드위치 한 조각 받은 게 전부다.”

신혼부부 34명이 인기 휴양지 모리셔스 공항에 도착했다가 별도 시설에 격리 조치됐다. 제보자 제공
‘천국의 섬’으로 불리는 인도양의 인기 휴양지 모리셔스. 하지만 지난 주말 이곳에 도착한 신혼부부들에게는 악몽의 시작이었다.

아프리카 섬나라 모리셔스를 찾은 신혼부부 34명이 현지에서 격리 조치됐다. 지난 22일 인천공항에서 출발한 이들은 두바이를 경유해 23일(현지시간) 오후 모리셔스 공항에 도착했지만 여지껏 시설 바깥으로 나가보지도 못했다.

신혼부부 중 한명인 회사원 이모씨(35)는 이데일리와 통화에서 “아무런 이유 없이 공항측에서 한국인만 따로 분류했다”며 “발열 여부를 체크한 뒤 한 커플씩 중국 방문 여부를 확인하더니 입국을 허가하지 못한다고 통보했다”고 말했다.

여권을 압수당하고 공항에서 발이 묶인 신혼부부들은 여행사 등에 문의하려 했지만 한밤중이라 연락이 닿지 않았다. 이씨는 “모리셔스를 담당하는 한국 정부 관계자와 연락을 하게 됐지만 (다른 이야기 없이) 공항측 지시를 따르라고만 했다”고 지적했다.

신혼부부 34명 중 4명은 따로 분류 조치됐고 나머지 30명이 공항을 나와 외부 다른 시설로 옮겨졌다. 4명이 별도로 격리된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이씨는 “30명은 3대의 차를 나눠 타고 한시간 반 정도 거리를 이동해 이름 모를 시설에 도착했다”며 “(모리셔스 당국에서) 하루만 조사를 받으면 귀국시켜주겠다고 했지만 (시설에) 오자마자 14일간 격리하겠다고 통보했다”고 말했다.

모리셔스 당국 관계자들이 한국인들이 격리된 시설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 현지 한 제보자 제공
사실상 구금당한 한국인 신혼부부들은 자신들이 격리된 지역은 물론 어느 시설인지도 모르는 상태다.

이씨는 “대부분 공항에서 억류된 후 씻고 먹지도 못했는데 생수 한병과 작은 샌드위치 한 개씩을 준 게 전부”라며 “시설이 해변가에 위치했는데 쥐와 벌레가 나오고 걱정도 많아 밤새 잠을 설쳤다”고 토로했다. 그는 또 “밤에 한번, 다음날 아침에 한번 열을 체크한 것 말고는 별다른 의료 조치를 하지 않았으며 열이 나는 사람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튿날 아침 한국 영사관측에서 도착해서 생수와 컵라면, 마스크를 주고 갔지만 앞으로 조치에 대해 명확히 설명하지 않았다고 이씨는 주장했다. 신혼부부들 중 상당수가 직장인이어서 장기간 격리될 경우 생업에도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특히 별도 격리된 4명 중에는 임산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영사관측에서는 회의 중이라고 하는데 앞으로 어떻게 될지 전달 받지 못한 상태”라며 “신혼여행이고 할 것 없이 이제는 하루라도 빨리 한국에 돌아가고 싶은 마음 뿐이다”라고 강조했다.

외교부는 우리 정부와 별도 상의 없이 한국인들을 격리 조치한 것에 대해 엄중 항의하는 한편 현지 신혼부부들의 애로 해소에 나설 예정이다. 모리셔스는 한국 대사관이 없는 지역이다. 현재 모리셔스 현지의 영사 협력원이 신혼부부 및 현지 당국과 협의 중이며 오늘(24일) 중 인근 마다가스카르 대사관에서 모리셔스로 직원을 파견키로 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모리셔스 정부가 감염 국가 (입국자)에 대해 어떻게 조치할지 오늘 중 회의해서 결정할 예정”이라며 “회의 결과에 따라 만약 장기 격리 조치 등을 받게 되면 한국으로 귀국편 등을 알아볼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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