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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가 와도 혁신 불가능’ ...與 내전 언제까지?

김성곤 기자I 2016.05.19 15:39:03

17일 전국위 무산 사태 이후 친박·비박 연이틀째 설전
김태흠 “스님이 떠나야” vs 정병국 “참으로 오만”
인명진 “與 내분 수습할 사람은 박 대통령 유일”
친박·비박, 비난여론에 극적타협론 속에서도 갈등불씨 여전

[이데일리 김성곤 기자] 비대위·혁신위 출범 무산을 둘러싼 새누리당의 내전상황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17일 새누리당 상임전국위와 전국위 무산 이후 친박 vs 비박의 날선 공방은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다. 사태해결을 위한 노력은 전무한 채 양측의 감정섞인 설전만이 난무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총선참패 원인은 물론 향후 당 수습과 혁신을 놓고 친박과 비박의 관점이 180도 다르다는 것. 날이 갈수록 상황은 악화되는 가운데 뾰족한 해법은 보이지 않고 있다. 오죽하면 1997년 대선국면에서 탄생한 한나라당(새누리당의 전신)이 내년 대선국면에서 공중분해되고 말 것이라는 최악의 전망까지 나온다.

◇친박, 정진석 체제 무력화 시도 지속 vs 비박 “친박, 대통령 파는 매박”

계파갈등으로 총선에서 참패한 새누리당은 반성을 모르고 있다. 친박·비박의 대립은 막장공천 사태 때보다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총선참패 이후 지도부가 와해된 무중력 진공상태에도 아랑곳없이 계파갈등의 불씨는 활활 타오르고 있다. 특히 전국위 무산 사태와 관련, 연이틀 가시돋힌 설전을 주고받았다.

선공은 친박계가 날렸다. 친박계는 원내대표 경선에서 지지했던 정진석 원내대표의 사퇴를 촉구한 것은 물론 비박계의 탈당까지 촉구했다. 김태흠 의원은 “절이 싫으면 스님이 떠나야 한다”고 분당을 거론했고 이장우 의원은 “ 중립적인 인사를 중심으로 화합형 비대위를 구성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총선 참패 이후 지도부 공백사태 속에서 당을 대표하는 정진석 체제의 무력화에 나선 것. 특히 비대위·혁신위 출범을 위한 상임전국위와 전국위 무산 시도에 상도의를 넘어섰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똘똘뭉쳐 총공세에 나섰다. 총선 이후 자숙모드에서 벗어나 당의 대주주는 여전히 친박이라는 점을 당 안팎에 분명하게 각인시킨 것.

비박계 역시 강력 반발했다. 하태경 의원은 이에 “친박은 박근혜 대통령을 팔아서 정치하는 매박(賣朴)”이라며 맹비난하면서 “친박 패권주의자들은 정진석 원내대표가 꼭두각시가 되지 않는다고 내부총질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비박계 당권주자인 정병국 의원은 친박계의 탈당 요구에 “참으로 오만한 이야기”라고 반발했다.

한나라당 윤리위원장을 지낸 인명진 목사의 비판은 직설적이다. 인 목사는 “모든 국민들이 이제 새누리당 하면 고개를 다 절레절레 흔드는 형국이 됐다”면서 “(외부 혁신위원장으로) 박정희 대통령이 오셔도 안되고 김대중, 김영삼 대통령이 하더라도 안될 것”이라고 비관했다. 인 목사는 “난마와 같이 얽혀있는 새누리당의 문제를 수습할 수 있는 딱 한 분이 박근혜 대통령”이라면서 “박 대통령이 무언가는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20일 與 중진회의 분수령…차기 전대 계파갈등 전면전 예고

새누리당의 향후 진로는 암흑 그 자체다. 전국위·상임전국위 재소집은 물론 비대위·혁신위 구성에 이어 전당대회 개최 여부까지 모든 게 백지상태다. 만일 친박·비박이 당 수습과 쇄신을 주도할 외부인사 영입에 합의하더라도 당이 풍비박산이 난 상황에서 이를 수락할 인사가 과연 있을까는 의문마저 나올 정도다.

분수령은 20일 열리는 원내지도부·중진연석회의다. 친박계의 반발에 공주 자택에서 하루동안 칩거했던 정진석 원내대표가 당무에 복귀해 4선 이상 중진들과 만나 비대위·혁신위 인선 방안 등을 논의한다.

친박계는 강성 비박계가 주도하는 비대위 재편론을, 비박계는 비대위 추가인선 또는 확대개편을 거론하고 있다. 또 비대위의 성격 역시 친박계는 차기 전대를 준비를 위한 관리형에, 비박계는 당 쇄신을 강력하게 주도할 혁신형에 방점을 찍고 있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진퇴양난의 처지다. 친박계의 요구를 수용해 유승민 전 원내대표와 가까운 이혜훈·김세연 의원의 비대위원 내정을 취소할 경우 당내 분란은 더 커질 수 있다. 반대로 비대위 추가 인선을 전제로 전국위 재소집에 나선다 해도 친박계가 또다시 무력시위에 나서 비대위 출범을 불발시키면 리더십에 엄청난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다.

다만 실낱같은 희망도 없지 않다. 새누리당이 총선참패에도 여전히 정신을 못차린다는 여론의 비난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더 이상의 전면전은 공멸과 분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위기의식 때문에라도 어떤 식으로든 양측이 절충점을 찾지 않겠느냐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계파내전의 일시적 봉합에도 차기 전대에서 당권을 둘러싼 양측의 전면전은 불가피하다. 친박계는 반드시 당권을 장악하겠다는 기세이고 비박계 역시 더 이상 물러설 경우 존립마저 위태로운 상황에 내몰린다. 양측이 브레이크없는 기관차처럼 마주보고 폭주할 경우 남는 것은 결국 분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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