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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 관계 개선 물꼬…무역분쟁·대만문제는 정상회담 과제로

김겨레 기자I 2023.06.19 20:36:49

'방중' 블링컨 美국무, 시진핑 주석과 깜짝 회동
美언론 "최악 미·중 관계 개선 기대"
11월 미·중 대면 정상회담 가능성도
양국, 갈등 관리 위한 소통엔 공감
현안 문제 놓고는 입장차 팽팽

[홍콩=이데일리 김겨레 기자]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중국에서 시진핑 국가주석과 외교라인 1·2인자를 모두 만났다. 최근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악화한 상황에서 시 주석이 미 국무장관을 만난 것은 대미 관계 개선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왼쪽)이 19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AFP)


블링컨 만난 시진핑…미·중 관계 개선 의지

미 국무장관으로는 5년 만에 방중한 블링컨 장관은 19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 주석과 만났다. 이날 회동은 시 주석을 가운데 두고 블링컨 장관 일행과 왕이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친강 외교부장 등 중국 측 인사들이 함께 자리한 형태로 이뤄졌다.

시 주석은 이 자리에서 양국 관계 정상화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상호 존중’ 원칙을 언급하며 “중국의 정당한 권익을 해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블링컨 장관은 “미국은 ‘신냉전’을 추구하지 않으며,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고, 중국과 충돌할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시 주석이 미 국무장관과 만난 것은 2018년 방중한 마이크 폼페이오 당시 미 국무장관이 마지막이다. 다른 나라 외교장관과 좀처럼 만나지 않는 시 주석이 블링컨 장관을 만난 것은 미국과 관계를 개선할 의지를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오는 1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 주석이 두 번째 대면 정상회담을 개최할 가능성도 커졌다는 관측이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시 주석과 만남에 앞서 왕이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당 중앙 외사판공실 주임)을, 전날에는 친강 외교부장(장관)을 각각 만났다. 외교 관례상 시 주석을 만나기 전에 외교 라인 1·2인자를 만나 메시지를 조율한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통신은 “시 주석과의 만남은 이번 블링컨 장관의 중국 출장 성공 여부를 나타내는 핵심 척도”라며 “미·중 관계가 최악에서 개선될 수 있다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中왕이, 대중 규제 철회·대만 간섭 중단 등 4대 요구 전달

이번 블링컨 장관의 방중 기간 미·중은 대중 규제와 대만 문제 등 갈등 사안에 대해서는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왕 위원은 블링컨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중국 위협론’ 과장 중단 △중국에 대한 일방적 제재 철회 △중국의 과학기술 발전에 대한 압박 중단 △대만 문제 등 중국 내정 간섭 중단 등 4대 요구사항을 전달했다.

그러면서 “블링컨 장관의 이번 베이징 방문은 중미 관계의 중대 고비를 맞는 시점에서 이뤄졌다”며 “(양국은) 대화와 대결, 협력과 갈등 중 어느 쪽을 선택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주도의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와 공급망 디커플링(탈동조화) 전략 등을 강하게 비판하면서도, 양국관계 악화의 책임은 전적으로 미국 탓이라는 기존의 어조와는 온도차가 있었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왕 위원은 또 미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존중하고 대만 독립을 분명히 반대해야 한다며 넘지 말아야 할 ‘레드라인’을 강조했다. 그는 “이 문제(대만)에 대해 중국은 타협이나 양보의 여지가 없다”며 “국가 통일을 수호하는 것은 항상 중국의 핵심 이익의 핵심이자 모든 중국인의 운명이며 중국 공산당의 역사적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이 대만 문제를 미·중 관계 최우선 현안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전날 친 부장 역시 블링컨 장관에 대만 문제를 거론하며 미국이 내정에 간섭하지 말 것을 촉구했다. 친강 부장은 대만 문제에 대한 “엄중한 입장”을 강조하며 블링컨 장관에게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실천할 것을 촉구했다. 아울러 두 외교 수장은 미·중 양국의 갈등이 충돌로 비화하지 않도록 하는 이른바 ‘가드레일(안전장치)’에 대해 논의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한 것으로 전해졌다.

美·中 소통 필요성엔 공감…친강, 방미 제의 수락

양측은 갈등 관리를 위한 소통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뜻을 같이했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블링컨 장관은 왕 위원에게 미국이 중국과 소통을 강화하고 이견을 책임 있게 관리·통제하며, 양국이 이익을 공유하는 분야에서 협력하기를 기대하고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블링컨 장관은 “미국은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양국 정상이 만나 확정한 의제로 돌아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도 말했다. 지난해 11월 발리에서 열린 첫 대면정상회담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은 양국 간 경쟁을 관리할 소통 채널 구축의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블링컨 장관은 전날 친 부장과 만난 자리에서도 양국 충돌을 막기 위해 소통 채널을 열어두고, 인적 왕래를 포함한 민간 교류 필요성에 공감했다. 이 자리에서 친 부장은 블링컨 장관의 방미 제의도 즉각 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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