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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이냐 아니냐'…공포에 떨고 있는 코인 업체들

임유경 기자I 2023.02.14 16:43:47

금융위 토큰증권 제도화에 이어
금감원 토큰 증권성 판단 FT 꾸려
증권으로 분류되면 코인 거래소서 상폐 불가피
SEC 코인 제재 강화 분위기에 영향 받을까 '불안'
미국 SEC-리플 소송 가늠자 될 듯
전문가 "혁신 막는 규제는 안돼"

[이데일리 임유경 기자]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올해 들어 미등록 증권 판매 혐의로 가상자산 업체를 제재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국내 가상자산 시장에도 파급이 미칠 전망이다.

금융당국이 ‘토큰 증권’ 발행에 대한 규율체계를 정립하면서 미국 사례에 비춰 가상자산의 증권성을 지나치게 엄격히 판단한다면 혁신 서비스의 등장을 가로막을 수 있다는 우려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 ‘가상자산 증권성 판단 태스크포스(TF)’는 이달 중 가상자산 거래소, 조각투자업체 등 관련 업체를 불러 회의할 예정이다. 이날 금감원은 국내에 유통 중인 가상자산의 증권성 판단을 돕기 위해 원내 TF를 구성했다고 밝혔다.

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는 예정된 회의에서 “어떤 경우 증권성이 높은 가상자산으로 판단할 수 있는지, 가상자산 거래소에서는 거래할 수 없는 수준은 어느 정도인지 등의 주제로 업계의 의견을 청취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했다.

가상자산의 증권성 판단 기준을 설명하는 개리 갠슬러 미국 SEC위원장(이미지=SEC 유튜브 캡처)
업계는 미국 SEC와 가상자산 기반 해외송금 업체 리플 간 소송이 향후 금융당국의 증권성 판단 기준에 중요한 참고자료가 될 것으로 본다. 미 SEC는 2020년 12월 리플 경영자들을 증권법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 리플이 발행한 XRP 토큰이 미등록증권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타인의 노력으로 이익이 발생할 것을 기대하게끔 해서 투자자를 모았기 때문에 증권성이 크다고 봤다. 현재 리플은 법원에 약식판결을 요청한 상태다. 법원이 거부하지 않으면, 올해 상반기 내 결론이 나온다.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리플 소송뿐 아니라 최근 미국 SEC의 가상자산 시장 규제 분위기가 우리 금융당국의 ‘증권성 판단 기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업계의 우려가 크다. 미국 SEC는 올 들어 △가상자산 대출 플랫폼 넥소 △가상자산 스테이킹 서비스를 제공한 제네시스와 이를 중개한 제미니 △가상자산 스테이킹 서비스를 운영한 크라겐 △스테이블코인 BUSD를 발행·운영한 팍소스를 상대로 제재 조치를 했다. 이중 넥소, 크라겐은 SEC의 소송 움직임에 벌금을 내고 서비스를 중단하는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이정엽 한국블록체인법학회장은 “미국 SEC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가 가상자산 산업의 관할권 경쟁을 하면서, SEC가 관할권을 늘리기 위해 증권으로 보는 판단하는 사례가 늘었다”며 “문제는 SEC의 판단이 국내 금융당국에도 영향을 많이 줄 수 있다는 점”이라고 짚었다.

금융당국은 실물 자산을 블록체인 탈중앙화 원장 방식으로 증권화한 ‘토큰 증권(ST)’의 발행과 유통을 본격 허용하기로 결정했다.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이르면 내년부터 부동산, 미술품, 음원 지식재산권(IP) 등을 토큰증권으로 발행하고 거래할 수 있는 시장이 열릴 전망이다.

문제는 금융당국이 기존 가상자산의 증권성도 함께 점검하면서, 증권성 판단 기준을 광범위하게 적용할 경우 코인이 무더기 상장폐지되고 웹3 산업이 위축될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실제 한 NFT 마켓플레이스는 자체 유틸리티 토큰을 보유한 이용자들에게 회사의 수익 일부를 공유해주는 토큰보상 정책을 수립했다가, 금융당국이 증권으로 판단할 수 있다는 법률자문을 받고 해당 모델을 포기했다.

전문가들은 혁신과 질서 사이 균형 잡힌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이 회장은 “증권성에 따른 규제준수를 스타트업이 따르기 매우 어려울 수 있다”며 “혁신성을 살리면서 투자자 보호를 하는 현명한 규제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가상자산 체계 마련은 현재 금융위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데, 기술과 산업 측면을 함께 고려하기 위해 여러 부처가 참여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박수용 한국블록체인학회장은 “가상자산 산업에 체계를 만들어가는 것은 바람직하나, 금융위가 거버넌스를 쥐고 있어서 규제만 너무 치중되는 것 아닌지 우려된다”며 “정책 수립 시 산업적인 혁신이 배제되지 않도록 산업통상자원부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여러 부처가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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