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토큰 증권’ 발행에 대한 규율체계를 정립하면서 미국 사례에 비춰 가상자산의 증권성을 지나치게 엄격히 판단한다면 혁신 서비스의 등장을 가로막을 수 있다는 우려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 ‘가상자산 증권성 판단 태스크포스(TF)’는 이달 중 가상자산 거래소, 조각투자업체 등 관련 업체를 불러 회의할 예정이다. 이날 금감원은 국내에 유통 중인 가상자산의 증권성 판단을 돕기 위해 원내 TF를 구성했다고 밝혔다.
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는 예정된 회의에서 “어떤 경우 증권성이 높은 가상자산으로 판단할 수 있는지, 가상자산 거래소에서는 거래할 수 없는 수준은 어느 정도인지 등의 주제로 업계의 의견을 청취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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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엽 한국블록체인법학회장은 “미국 SEC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가 가상자산 산업의 관할권 경쟁을 하면서, SEC가 관할권을 늘리기 위해 증권으로 보는 판단하는 사례가 늘었다”며 “문제는 SEC의 판단이 국내 금융당국에도 영향을 많이 줄 수 있다는 점”이라고 짚었다.
금융당국은 실물 자산을 블록체인 탈중앙화 원장 방식으로 증권화한 ‘토큰 증권(ST)’의 발행과 유통을 본격 허용하기로 결정했다.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이르면 내년부터 부동산, 미술품, 음원 지식재산권(IP) 등을 토큰증권으로 발행하고 거래할 수 있는 시장이 열릴 전망이다.
문제는 금융당국이 기존 가상자산의 증권성도 함께 점검하면서, 증권성 판단 기준을 광범위하게 적용할 경우 코인이 무더기 상장폐지되고 웹3 산업이 위축될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실제 한 NFT 마켓플레이스는 자체 유틸리티 토큰을 보유한 이용자들에게 회사의 수익 일부를 공유해주는 토큰보상 정책을 수립했다가, 금융당국이 증권으로 판단할 수 있다는 법률자문을 받고 해당 모델을 포기했다.
전문가들은 혁신과 질서 사이 균형 잡힌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이 회장은 “증권성에 따른 규제준수를 스타트업이 따르기 매우 어려울 수 있다”며 “혁신성을 살리면서 투자자 보호를 하는 현명한 규제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가상자산 체계 마련은 현재 금융위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데, 기술과 산업 측면을 함께 고려하기 위해 여러 부처가 참여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박수용 한국블록체인학회장은 “가상자산 산업에 체계를 만들어가는 것은 바람직하나, 금융위가 거버넌스를 쥐고 있어서 규제만 너무 치중되는 것 아닌지 우려된다”며 “정책 수립 시 산업적인 혁신이 배제되지 않도록 산업통상자원부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여러 부처가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