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해외사업 ‘급 제동’..M&A 등 줄줄이 무산

임현영 기자I 2016.06.15 14:57:52

롯데케미컬 美엑시올 인수 철회이어
수조원대 해외 면세점 M&A도 무산돼
"계열사 모두 초 긴장상태..사업 전념 어려워"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그룹 본사(사진=방인권 기자)
[이데일리 임현영 기자] 롯데그룹이 그간 왕성하게 벌여온 해외사업에 급제동이 걸렸다. 검찰의 고강도 수사에 인수합병(M&A) 등 주요사업에 대한 그룹 의사결정에 차질이 생겼기 때문이다.

특히 계열사 핵심 임원진이 출국금지 조치를 시작으로 추진 중이던 대규모 M&A건이 무산되면서 향후 해외사업이 연쇄 지연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14일 롯데그룹 등에 따르면 해외사업 차질은 이미 가시화되고 있다. 우선 롯데케미칼은 연간 매출 4조원에 이르는 엑시올 사(社) 인수를 철회했다. 뿐만 아니라 허수영 롯데캐미칼 사장은 14일 신동빈 회장과 함께 미국 루이지애나주 에탄크래커 공장 기공식에 참석하기로 했으나 결국 무산됐다. 검찰의 출국금지 조치로 출장길에 오르지 못해서다.

이번에 여는 공장은 롯데케미컬과 미국 화학업체 엑시올 사와의 합작 법인의 결과물로 총 투자비만 30억달러(약 3조5310억원)에 달할 정도로 큰 사업이지만 한국 쪽 최고실무자인 허 사장 없이 신동빈 회장만 자리를 지키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졌다. 허 사장 뿐만 아니라 러시아 초코파이 공장을 둘러보려던 김용수 롯데제과 대표의 출장도 같은 이유로 취소됐다. 출국금지를 포함해 검찰의 전방위 수사가 롯데 계열사 전반을 덮치면서 사실상 해외사업에 차질이 생길 전망이다.

대규모 M&A건도 줄줄이 무산되고 있다. 호텔롯데는 최근 상장을 앞두고 1조7000억원 규모의 미국 면세점 인수 협상을 벌였으나 모두 불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호텔롯데가 지난 13일 검찰의 고강도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상장 철회를 선언한 탓이다. 또 롯데제과를 포함한 8개 롯데 계열사가 물류회사 현대로지스틱 인수할 계획이었으나 최근 검찰 수사선상에 오른 뒤 사실상 중단됐다.

그 외 롯데가 야심차게 추진 중인 해외 복합단지 사업 역시 차질을 빚을 공산이 크다. 지난 2014년 베트남 하노이에 첫 해외 복합단지인 ‘롯데센터하노이’를 오픈한 롯데는 지난 5월 사업 확장을 위해 호치민 ‘에코스마트시티’ 개발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으며 중국 청두에도 복합상업단지 ‘롯데월드 청두’를 개발 중이다.

룹 차원에서 군침흘리던 이슬람 시장 공략 역시 당분간 ‘올 스톱’될 것으로 보인다. 롯데칠성음료는 작년 11월 국내 유일의 할랄인증기관인 한국이슬람교중앙회에서 밀키스 등의 할랄 인증을 받고 12월부터 현지 판매를 시작한 바 있다.

재계 관계자는 “신동빈 회장을 비롯한 그룹 주요 핵심 관계자가 검찰 수사선상에 올라 있는 등 전 계열사가 초긴장 상태”라면서 “어느 계열사에 검찰의 칼날이 향할지 모르는 상황에 해외에 눈을 돌리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한편 검찰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을 비롯한 주요 경영진의 비자금 조성·배임 혐의 등에 대한 고강도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10일 호텔롯데, 롯데쇼핑, 롯데정책본부 등을 비롯해 신 회장의 자택과 집무실 등 17곳에 대한 압수수색한 데 이어 이날 롯데건설, 롯데케미칼, 롯데케미칼 등의 계열사 등 총 15곳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에 들어갔다. 여기에 주요 임원진의 출국금지 조치도 내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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