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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도 범정부 구조조정 논의 동참하나

김정남 기자I 2016.04.25 16:24:54

이주열 한은 총재, 전날 靑 서별관회의 참석
수은 출자 등 거론…회사채시장 간접 지원도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 꿈틀…채권시장 강세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청와대 서별관회의에 참석하면서 그 영향에 관심이 모아진다. 범정부 차원의 구조조정 논의에 함께 하면서 통화정책에도 변화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은 총재가 서별관회의에 나가는 게 일반적이지는 않다. 서별관회의는 경제부총리와 청와대 경제수석 등 정(政)·청(靑)의 핵심라인들이 중심이 되는 회의체다. 그만큼 현재 구조조정 논의가 광범위하고 또 깊게 진행되고 있다는 뜻이다. 시장의 관심은 추후 한은의 정책 행보에 쏠려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 전날 靑 서별관회의 참석

25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이주열 총재는 지난 24일 청와대 서별관에서 열린 비공개 경제현안회의에 참석해 구조조정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 총재가 구조조정 관련 회의에 참석하는 건 어색하지 않다. 그는 22일 시중은행장들과 금융협의회에서도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신용경색 등 금융시장이 불안해질 경우 다양한 정책수단을 통해 적극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최근 통화정책은 재정정책, 구조조정과 함께 움직여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보다 더 주목되는 건 서별관회의의 무게감이다. 한은 총재가 이 회의에 참석한 이후 통화정책의 방향이 바뀐 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 총재는 2014년 3월 인사청문회에서 관련 질문을 받았을 정도다. 당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조정식 민주당 의원이 서별관회의 참석 여부를 물었고, 이에 이 총재는 “정부와 중앙은행이 협조해야 한다거나 정부 정책이 통화정책에 영향을 끼치는 경우 등 조화가 필요한 사안을 선별해서 참석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실제 이 총재는 2014년 9월 이 회의에 참석한 이후 10월 기준금리를 연 2.25%에서 2.00%로 인하했던 적이 있다. 당시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취임(2014년 7월)한 직후다.

◇수은 출자 등 거론…회사채시장 간접 지원도

이 때문에 이번에도 통화정책 기대감이 채권시장을 중심으로 나온다. 이 총재가 그동안 구조조정 필요성을 역설했던 만큼 한은이 움직일 명분도 그 어느 때보다 커졌기 때문이다.

한은이 구조조정을 ‘직접’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은 많지 않아 보인다. 산업은행과 함께 구조조정 과정의 양대 축으로 꼽히는 수출입은행의 자본 확충을 위해 직접 출자에 나서는 방안이 그나마 거론된다. 수출입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은행 건전성 기준인 10%를 밑도는데, 이를 한은의 발권력을 통해 메우자는 것이다. 한은은 이미 수은의 2대 주주다. 현행법상 출자가 불가능하지 않다. 현재 구조조정 기류가 심상치 않은 만큼 이 방안도 아예 배제할 수는 없는 것이다.

다만 이는 출자 취지상 논란이 될 여지도 있다. 윤석헌 숭실대 금융학부 교수는 “수출입은행의 목적은 수출산업 지원이지 구조조정 역할이 아니다”면서 “(한은의 발권력을 동원하는 건)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야당도 반대할 공산이 크다.

구조조정 강도에 따라 관련업계의 신용경색이 현실화할 경우 한은이 회사채시장을 간접 지원하는 방안도 있다. 같은 산업군 내에서 부실하지 않은 기업도 덩달아 자금조달에 애로를 겪으면 실물경제 위축은 더 가속화될 수 있어서다. 한은은 지난해 8월 산업은행에 통화안정증권을 특정금융기관을 대상으로 하는 상대매출 방식으로 지원했다.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 꿈틀…채권시장 강세

채권시장에서는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도 꿈틀대는 기류다. 이한득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금리 정책을 통해 간접적으로 경기를 떠받치는 방안도 있다”고 했다. 한은 사람들은 “구조조정과 금리인하는 별개”라고 선을 긋지만 실제 시장의 분위기는 약간 다르다.

25일 서울채권시장에서 국고채권 3년물 금리가 전거래일 대비 1.7bp(1bp=0.01%포인트) 하락한 1.455%에 마감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채권시장 관계자는 “이 총재까지 구조조정 논의에 나선 건 시장 강세(채권금리 하락) 재료”라고 했다. 당장 다음달은 아니더라도, 2분기 말~3분기 초에는 인하될 수 있다는 심리가 채권금리에 반영됐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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