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갤러리] '가문의 재능'으로 세운 '나무의 격'…허준 '프롤로그 no.1'

오현주 기자I 2022.03.25 17:55:39

2022년 작
소치 허유 손자 남농 허건, 그 손자인 작가
그 이름들에 누가 될까 노심초사했던 붓끝
10여년 산행경험서 일군 ''산수풍경''서 발휘
그중 인격 부여하고 기록하듯 연출한 ''나무''

허준 ‘프롤로그 no.1’(사진=토포하우스)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우람하게 선 아름드리나무에 가지와 잎이 힘있게 뻗쳤다. 단 한 그루의 나무만으로 화면을 압도하기는 쉽지 않은 법. 그 어려운 일을 작가 허준(46)의 붓이 해냈다. 게다가 ‘프롤로그 no.1’(Prologue no.1·2022)란다. 앞으로 나무스토리는 죽 이어질 거란 뜻이다.

원하든 원치 않든 작가의 이름에는 또 한 인물이 따라붙는다. 남농 허건. 작가는 남농의 손자다. 호남화단의 남종산수화 맥을 잇는 남농은 조선후기 유명화가 소치 허유의 손자며, 미산 허형의 아들. 어린시절 작가는 할아버지 무릎 위에서 그림을 배웠단다. “그 시절엔 할아버지의 붓놀림에 산과 나무의 형상이 만들어지는 게 마냥 신기했고 먹의 농담을 낼 때 붓을 혀에 가져다대는 그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다”며 남농을 기억해낸다.

혹여 할아버지에 누가 될까, 그 이름에 묻힐까 노심초사했을 작가의 붓은 10여년 산행경험으로 일궈냈다는 산수풍경에서 유감없이 ‘가문의 재능’을 발휘해내는데. 그 어디쯤 걸쳤을 나무들은, 그 하나하나에 인격을 부여하고 증명사진으로 기록하듯 연출한 거란다. “내가 잘하는 게 뭔지, 뭘 표현하고 싶은 건지 원점이라 할 시점에서 지나쳐 갈 법한 것에 관심을 가졌고 그걸 표현한 게 나무 이미지”라고 했다.

28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11길 토포하우스서 여는 개인전 ‘프롤로그’에서 볼 수 있다. 캔버스에 아크릴. 120×90㎝. 작가 소장. 토포하우스 제공.

허준 ‘따로 또 같이’(2021), 캔버스에 아크릴, 100×190㎝(사진=토포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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