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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르키예, 러 점령지서 석탄 수입…전쟁자금 지원 논란

방성훈 기자I 2023.09.19 17:09:08

러 강제 병합 도네츠크·루한스크서 2~7월 석탄 구매
"러 전쟁자금 마련에 도움주고 있어" 비판 휩싸여
美 "점령지 천연자원은 우크라 소유, 러가 훔친 것"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튀르키예가 러시아가 강제 병합한 우크라이나 점령지에서 생산된 석탄을 사들여 논란이 일고 있다. 러시아가 전쟁자금을 마련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왼쪽) 튀르키예 대통령과 블라미디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4일(현지시간) 러시아 소치에서 회담을 개최하며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AFP)


1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러시아가 지난해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강제 병합한 동부 도네츠크·루한스크 지역에서 올해 2~7월 생산된 16만 400톤의 석탄이 튀르키예로 수출됐다. 이는 약 1430만달러어치로, 해당 기간 동안 도네츠크·루한스크 석탄 수출의 95%를 차지한다. 로이터가 세관 데이터를 검토한 결과 최소 10곳으로 추정되는 석탄 수출 기업들은 병합 지역에 등록된 친러 기업으로 확인됐다.

튀르키예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이어서 더욱 주목된다. 러시아와 적대 관계인 나토는 우크라이나를 군사적으로 지원하고 있으며 대(對)러시아 제재도 시행하고 있다. 또한 튀르키예를 포함한 나토 회원국들은 유엔 총회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점령 지역을 강제 병합한 것은 불법이라는 데 동의했다.

그럼에도 튀르키예가 미국, 유럽연합(EU) 등과 달리 러시아가 강제 병합한 지역과 무역거래를 제한하지 않는 것은 사실상 러시아가 전쟁자금을 마련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튀르키예는 지난 2월에도 기업 13곳이 러시아군에 군수물자를 수출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이들 기업은 미국으로부터 제재가 부과됐다.

미 국무부 대변인은 로이터의 논평 요청에 “우리는 해당(석탄 수출) 사실을 알고 있지만 구체적인 조사 결과에 대해서는 밝힐 수 없다”고 답했다. 다만 그는 “우리는 우크라이나의 천연자원을 훔쳐 이익을 얻으려는 러시아의 어떠한 시도도 혐오한다. 우크라이나의 천연자원은 우크라이나 국민의 것”이라고 강조했다. EU, 튀르키예, 러시아 측은 논평을 거부하거나 아무런 답변도 내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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