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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2년간 규제샌드박스 실증으로 얻은 다양한 데이터를 통해, 올해는 300여 대 규모로 첫 양산체제를 구축할 수 있게 됐습니다. 글로벌 시장에도 나갈 예정인데, 수요가 높은 중동지역부터 진출할 계획입니다.”
10일 서울 신촌 연세대학교 공학원에서 만난 김진효 도구공간 대표는 “올해 본격적인 양산체제를 구축하고 병원·공원·공장 등 장소 구애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자율주행 순찰로봇을 국내외에 공급해나가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도구공간은 LG디스플레이 출신 김 대표가 퇴직 후 자율주행 기술 연구에 집중하며 2017년 창업한 스타트업이다. 창업 후 3~4년간 건설용, 물류센터용, 방역용, 자율주행 등 다양한 로봇 연구를 진행했다. 주력 제품은 자율주행 순찰로봇이며,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는 건 자체 개발한 자율주행 솔루션이다. 도구공간은 현재 연세대 창업지원단에 입주해 있다.
김 대표는 “여타 서빙·물류로봇들은 특정 공간과 레이아웃(구조물 배치)에 특화된 자율주행 솔루션을 사용한다”며 “하지만 우리는 어떤 공간에서든 범용으로 편리하게 적용 가능한 순찰로봇이라는 점에서 차별점이 있다. 자체 개발한 자율주행 솔루션과 인공지능(AI) 기술이 그 역할을 한다”고 했다.
도구공간이 자체 개발한 자율주행 솔루션은 각 공간의 특징을 정량화시켜 이를 로봇이 인지할 수 있는 정보로 재가공해주는 역할을 한다.
김 대표는 “시스템적으로 환경에 대한 제약을 없앤 것인데, 순찰로봇의 경우 어느 공간이든 원활히 감지하고 움직여야 한다. 이런 부분에서의 연구개발에 공을 들였다”며 “관련 자율주행 기술을 통해 국내 특허 11건, 미국 특허 1건을 확보했다”고 했다. 이어 “현재는 상황 ‘감지’에 집중해왔다면 앞으로는 실질적인 ‘액션’까지 할 수 있는 기술을 준비할 것”이라며 “순찰만 하는 게 아니라 화재를 진압하는 등의 행동까지 이어지게끔 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도구공간은 올해 연간 300대 규모의 양산에 처음 도전한다. 지난 2년간 규제샌드박스를 통한 실증 데이터가 큰 역할을 했다. 도구공간은 전북 전주, 서울 송파구, 어린이대공원 일대에서 자율주행로봇 실증을 진행 중이다.
김 대표는 “현행법상 로봇은 차(車)로 분류돼 사람이 다니는 인도를 다닐 수 없어 규제샌드박스에 신청했고 2020년부터 실증 특례를 승인받게 됐다. 이후 어린이대공원 등서 순찰로봇 실증을 진행하며 다양한 데이터를 쌓을 수 있었다”며 “이를 통해 올해는 본격적인 사업화를 추진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도구공간의 로봇들은 국내에 총 40여대가 현장 운영되고 있다. 병원, 공장 등의 야간 순찰용으로 로봇 수요가 늘고 있다. 양산을 결정하면서 인력도 기존 40명에서 60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2021년 휴맥스, 퓨처플레이 등으로부터 약 30억원 규모의 프리A 투자를 유치했던 도구공간은 현재 시리즈A 투자유치를 준비하고 있다. 양산체제로 전환한 만큼 영업·마케팅 분야를 보강할 계획이다.
양산과 함께 글로벌 시장에도 진출을 꾀한다. 당장 오는 3월 열리는 IT전시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는 물론 일본 및 미국 전시회도 참가해 글로벌 바이어들과 접촉할 계획이다.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시장은 중동이다.
김진효 대표는 “중동의 경우 로봇기술에 대한 친밀도가 높다. 현지에 대형 쇼핑몰들이 많아 야간 순찰 수요가 많을 것으로 보인다”며 “두바이 경찰 등과 협업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드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완성도 있는 로봇이란 점을 증명해야 하는 숙제가 있는데 잘 입증해 나가겠다”며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엔 손익분기점(BEP)에 도달하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