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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12부(박상구 부장판사)는 9일 오후 강도살인·살인·사기·전기통신사업법 위반·여신전문금융업 위반·전자장치부착 등에 관한 법률 위반·공무집행방해 등 총 7개 혐의로 구속기소된 강윤성에 대한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지난달 14일 첫 공판에서 국민참여재판을 희망하지 않는다고 했던 강윤성은 약 한 달 만에 입장을 바꾸고 지난 2일 국민참여재판 의사 확인서를 제출했다.
국민참여재판은 우리나라에서 시행되는 배심원 재판제도로 만 20세 이상의 국민 가운데 무작위로 선정된 배심원들이 형사재판에 참여해 유·무죄 평결을 내리는 형태의 재판이다. 배심원의 평결과 양형에 관한 의견은 법적인 구속력이 없지만 판사는 이를 고려해 판결을 내리게 된다.
이날 강윤성은 국민참여재판 신청 이유에 대해 “여태까지 고인이 된 피해자와 유가족한테 너무 죄송해서 경찰에서부터 재판에 이르기까지 사람을 죽인 거라 다 인정했다”며 “저는 계획적으로 (범행) 안 했고 정면돌파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처음부터 자수했는데 계속 오도하고 왜곡하니까 엄청 고통받았다”며 “어떤 감정이 아니라 객관적으로 저는 흉악범도 아니다”라고 울먹였다.
첫 공판에서 강윤성은 모든 혐의를 인정했지만, 일부 공소사실에는 왜곡된 부분이 있다며 울먹인 바 있다. 당시에도 계획적인 범행이 아니라는 강윤성은 “사람 죽이는 방법 검색한 적도 없고 (A씨가) 죽은 건지 기절하는 척하는 건지 몰라서 흉기 끝으로 건드린 거고 (살해하려고) 찌른 건 아니다”라며 “정직함으로 돌파했는데 중간 중간 그런 사실들이 왜곡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날 강윤성은 “지난 10월 20일까지 정신과 약을 복용하고 있었다”며 “하루에 3번씩 먹다 보니까 정신이 몽롱했다”며 지난 첫 공판에서 인정한 공소사실 중 일부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그는 강도살인·살인·전기통신사업법 위반 혐의 등과 관련해 사건 당시 시간과 피해자의 언행 등 일부 표현에 왜곡과 오류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강윤성 측 변호인은 재판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국민참여재판 신청 이후) 변호사 사임을 고려하고 있는 게 맞다”며 “이번 주 내에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윤성의 국민참여재판 여부가 결정되는 다음 공판준비기일은 내달 2일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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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윤성은 지난 8월 26일 오후 9시 30분쯤 자택에서 함께 있던 40대 여성 A씨를 살해한 뒤 다음날인 27일 서울 송파구 신천동 거리에서 전자발찌를 끊고 도주한 혐의를 받는다. 사흘 뒤인 29일 오전 3시쯤에는 50대 여성 B씨를 살해한 뒤 같은 날 오전 8시쯤 서울 송파경찰서를 찾아 자수했다.
경찰 등에 따르면 강윤성은 1차 범행 전 다른 여성을 대상으로 범행하려다가 전화번호 착오로 연락하지 못해 범행 대상을 바꾼 것으로 확인됐다. 또 두 명의 피해자는 모두 강윤성이 지난 5월 출소 후 만난 이들로 금전 문제 때문에 계획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강윤성은 가출소 직후부터 별다른 직업 없이 주변 사람에게 재력가 행세를 하면서 다른 사람으로부터 빌린 차용금이나 은행 대출금으로 유흥비 등을 마련해 휴대전화 신제품을 중고폰으로 처분하는 이른바 ‘휴대폰 깡’ 사기 범행을 저질렀다.
강윤성은 지난달 첫 공판에서 “살해한 부분에 있어 이유 불문하고 인정한다”면서도 “그 안에 왜곡된 사실 관계를 말씀드린 거다. 저한테 사형선고 내리신다고 해도 아무 이의제기 하지 않을 만큼 각오가 돼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재판이 열리기 전 자신의 변호인에게 “더이상 면회오지 않으셔도 된다”며 “사형선고만이 유가족분들께 아주 아주 조금이라도 진정 사죄드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옥중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한편, 대검 통합심리분석 결과 강윤성이 정신병질적 성향이 동반된 반사회성 성격장애(사이코패스)라는 판단이 나왔다. 검찰은 강윤성이 정신질환을 호소하지만 불편한 상황을 회피하기 위한 행동으로 정신증상의 발현 가능성은 낮게 평가돼 심신장애를 의심할 만한 정황이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