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전세의 월세전환’ 유도..“당장 전월세시장 안정엔 역부족”

장종원 기자I 2014.02.26 17:37:32
[이데일리 장종원·박종오 기자] 정부가 ‘전세의 월세 전환’ 추세에 맞춰 월세 안정화 및 공급 확대에 나섰다. 월세소득공제 확대 등으로 월세 세입자의 주거비부담을 낮추고 민간자본을 통한 공공임대 공급확대 방안이 골자다. 정부는 26일 발표한 ‘주택 임대차시장 선진화 방안’에서 이에 대한 구체적 계획을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월세전환에 맞춘 정부의 이번 대책이 중장기적으로는 시장안정에 도움이 되겠지만, 단기적으로는 월셋값이 오히려 오르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전세 물량 부족으로 인한 전셋값 상승 추세에 제동을 걸기에는 다소 역부족”이라는 평가도 내놨다.

◇월세 수요 늘리고, 임대소득 투명화

정부는 월세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하고, 대상과 공제 한도를 확대해 주거비 부담을 줄여줄 계획이다. 현재는 총 급여액이 5000만원 이하인 근로자에게 월세 지급액의 60%(최대 500만원)까지만 소득공제를 해주고 있다. 하지만 올해 말 연말정산 때부터는 총 급여가 7000만원 이하인 근로자까지 월세 임대료(최대 750만원)의 10%를 아예 세금에서 빼준다. 약 한달치 월세비를 아끼는 셈이다. 특히 확정일자를 받지 않았거나 그 해에 소득공제를 신청하지 못했어도 3년 안에만 신청하면 세액을 돌려받을 수 있다.

반대로 월세를 놓는 집주인에게는 그리 달갑지 않은 방안들이 포함됐다. 월세 계약이 끝난 뒤 세입자가 소득공제를 신청해 ‘소득공제 신청을 하지 않겠다’고 이면계약한 사실이 밝혀진다면 집주인은 소득세뿐 아니라 가산세까지 물어야 한다. 이와 별도로 국세청은 국토부가 보유한 전·월세 확정일자 자료 400만건을 넘겨받아 다음달부터 조사에 착수, 월세 소득을 신고하지 않는 집주인에게 세금을 부과할 방침이다.

정부는 이번 방안이 다주택자를 임대사업자로 유도하는 계기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다. 월세를 놓는 다주택자는 세금을 추징당하지만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적지 않은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준공공임대주택에 한해 재산세와 소득·법인세 감면 등 세제 혜택을 확대하기로 했다. 준공공 임대주택은 일반 매입임대사업자의 주택과 달리 임대의무 기간 10년에 임대료가 연 5%로 제한된다. 전월세상한제와 비슷한 효과를 가져오는 셈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준공공 임대주택에 세제혜택을 확대하는 것은 임대사업을 하지 않던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임대사업자로 등록하게끔 유도하기 위한 조치”라고 말했다.

◇공공임대 ‘민간’에 맡겨 공급 늘린다

임대주택 공급확대 계획도 나왔다. 다만 주체가 그동안은 LH(한국토지주택공사) 등 공공이었다면 앞으로는 민간으로 그 역할이 넘어간다. LH 등 공공기관의 재정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다.

앞으로 이 공급시장을 이끄는 주체는 리츠(부동산투자회사)가 될 전망이다. 정부는 주택기금과 민간자본이 리츠에 공동 참여하는 방식으로 2017년까지 10년 공공임대주택을 최대 8만호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또 민간이 주도하는 임대주택 리츠도 활성화할 계획이다. 임대공급 리츠에는 공공택지 조성원가 이하로 공급, 주식 공모·분산 의무 배제, 상장기준 완화 등 각종 당근책을 던져줄 예정이다.

임대주택 리츠에 부동산을 현물 출자할 경우 해당 주식을 처분해 실제 소득이 발생할 때까지 양도 차익에 대해 과세도 늦춰줄 계획이다. 이는 공시가격 6억원 이하, 전용면적 85㎡ 이하의 임대주택에 총 자산의 50% 이상을 투자한 리츠의 경우에만 해당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공공임대 리츠는 주택가격이 연 1.5%만 상승해도 안정적으로 5% 이상 출자수익을 달성하도록 했다”며 “실질적인 무위험 채권이면서 10년 만기 국채금리(3.5%) 이상 가능해 사업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전세의 월세 전환… 전문가 “월세 인상 불가피”

정부가 마련한 임대시장 선진화 방안에 대해 전문가들은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엄근용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공급 효과가 1~2년 안에 나타나는 게 아니어서 단기적으로는 전세 물량 부족 현상이 지속될 것”이라며 “월세 역시 집주인이 소득세 부담을 임차인에게 전가해 가격이 오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그는 “장기적으로는 공급물량 확대와 세금 완화로 임대료가 낮아질 것”이라며 “특히 공공임대의 월세가 저렴하게 책정된다면 전체 시장의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전문연구위원도 “월세 세액공제 전환 등은 중장기적으로는 시장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리츠 활성화를 통한 임대주택 공급에 대해서도 박 위원은 “중산층까지 공급을 확대하는 만큼 임대가 저소득층의 전유물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시장 혼란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김규정 우리투자증권 부동산팀장은 “주택기금을 활용해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방식은 바람직하나, 공급량과 공급 지역 등 상품에 대한 구체적 계획이 없어 시장이 예측하고 움직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분석했다.

김 팀장은 또 “정부가 월세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하겠다고 하면서 한쪽으론 국세청을 통해 과세하겠다고 하니 정책이 충돌할 수밖에 없다”며 “더구나 월세시장 안정대책도 구체화되지 않아 시장에 혼선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