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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내달 중순 ‘키코 피해’ 분쟁 조정 심의…조사 착수 1년만

박종오 기자I 2019.06.28 15:57:50
윤석헌(오른쪽)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3월 2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금감원 본원에서 열린 보이스피싱 방지 프로그램 공개 행사에서 이상제 금감원 부원장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수백여 수출 중소기업에 3조원대 손실을 입히며 줄도산을 초래했던 파생 금융 상품인 ‘키코(KIKO)’가 10년여 만에 다시 금융 당국의 심판대에 오른다. 금융감독원이 다음달 중순 키코에 가입했다가 손해를 입은 4개 기업이 KEB하나·신한은행 등 6개 은행을 상대로 제기한 금융 분쟁 조정 절차에 착수하기로 해서다.

금감원은 오는 7월 중순 산하 금융분쟁조정위원회(이하 분조위)를 열고 남화통상·원글로벌미디어·일성하이스코·재영솔루텍 등 4개 회사의 분쟁 조정 안건을 심의한다고 28일 밝혔다. 분조위는 통상 화요일에 열리므로 다음달 16일이 될 가능성이 크다.

금감원은 앞서 지난해 7월 이들 4개사가 민원을 접수해 6개월간 기업체 및 은행 조사를 벌이고 분쟁 조정 절차를 밟을 준비를 해왔다. 그리고 조사에 착수한 지 1년 만에 실제 손해 배상액을 결정하는 마지막 단계에 들어선 것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4개사는 키코 가입으로 1500억원대 손해를 입었다.

금감원은 이번 분조위에서 법률 자문과 과거 사례 등을 통해 마련한 손해 배상 비율 산정 자료를 제시할 계획이다. 실제 키코 판매 은행의 배상액은 분조위에 참여하는 법조인, 소비자 단체 임원, 학자, 금융권 근무 경력자 등 조정위원이 논의해 최종적으로 결정할 예정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통상 분조위는 두차례 회의한 적이 없고 한 번에 끝나는 경우가 많았다”면서도 “이번에도 하루 만에 끝날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키코는 은행이 2008년 금융위기 이전 수출 중소기업 등에 집중적으로 판매한 파생 금융 상품이다. 환율이 일정 범위에서 움직이면 기업이 미리 정한 환율로 은행에 외화를 팔아 환율 변동에 따른 매출 감소 위험을 줄일 수 있지만, 환율이 그 이상으로 올라가면 기업이 약정액의 2배를 미리 약속한 환율로 은행에 팔아야 해 큰 손해를 본다. 금감원에 따르면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달러·원 환율이 치솟아 738개 기업이 3조2247억원(2010년 6월 기준)의 손실을 보았다.

대법원은 지난 2013년 키코가 불공정 거래가 아니라고 판결한 바 있다. 하지만 윤석헌 금감원장은 키코의 불공정성이 아닌 은행의 불완전 판매 여부를 집중적으로 따지겠다며 지난해부터 키코 판매 은행과 피해 기업 4개사와의 분쟁 조정 절차를 밟아왔다.

이번에 분조위가 4개사의 손해액을 은행이 모두 배상하라고 결론 내릴지는 미지수다. 앞서 대법원은 2013년 삼코, 세신정밀 등 중소기업에 키코 상품을 판매한 하나은행과 신한은행 측에 전체 기업 손해액의 35%, 30%만 배상하라고 판결한 바 있다. 은행이 기업 사정에 비춰 적절한 상품을 판매해야 하는 ‘적합성 원칙’과 상품의 투기성·위험성 등을 알려야 하는 ‘설명 의무’를 위반했지만, 피해 기업도 손실 가능성을 미리 인지하는 등 일부 과실이 있다고 보고 손해 배상액을 감면한 것이다.

또 4개사 모두 2008년 7월 이전에 은행과 키코 계약을 체결해 금감원에 민원을 신청한 작년 7월 시점에 민법상의 손해액 청구권 소멸 시효인 10년이 이미 지났다는 것도 쟁점이다. 분조위의 결정에 법적 강제력이 없는 셈이다. 그러나 금감원은 분조위의 조정 권고는 법상 소멸 시효와는 무관하게 효력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도 의견을 진술할 의사가 있으면 분조위에 참석해 의견을 밝힐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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