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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하이텍이 주주들의 가처분 신청에 앞서 주주명부 열람 요청에 협조적이지 않았다는 게 소액주주들 입장이다. 앞서 DB하이텍은 주주명부 등사에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음에도 주주들이 요청한 전자문서 형식을 포함한 주주명부 열람 및 등사에 여전히 답하지 않고 있다.
소액주주들을 대리하는 구현주 법무법인 한누리 변호사는 “상법 제396조 제2항에 따라 주주와 회사채권자는 영업시간 내에 언제든지 주주명부 등 서류의 열람 또는 등사를 청구할 수 있다. 판례 상으로도 전자문서 형식을 포함한 주주명부 문서를 열람할 수 있다는 내용이 있어서 이를 요청한 상황”이라며 “채무자 측 답변에 따라 법정에서 쌍방 공방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DB하이텍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세종은 심문기일을 앞둔 상황에서 가처분 신청 관련 답변서를 제출하지 않고 있다.
소액주주들은 현재 4.9%의 지분을 확보했으며, 주주명부 열람을 통해 지분 10% 이상을 확보하고, 더 나아가 주주대표 소송을 제기하는 식으로 물적분할 반대에 목소리 내겠다는 방침이다. 또 주주총회 물적분할 안건이 상정되는 것에 대비해 반대 입장을 낼 주주들을 모으고 있다. 물적분할은 분할 전 모기업이 신설법인 지분 100%를 소유하는 방식으로, 모기업 기존 주주들은 주식을 배정받지 못해 주주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는 게 이들 주주의 우려다.
그간 주주총회 시즌에 주로 주주들과 자산운용사들의 주주명부 열람 및 등사 가처분 신청에 제기돼 왔고, 이를 인용한 법원 결정도 적지 않다. 재판부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한 경우 주주들이 주주명부에 대한 열람 및 등사를 구할 권리와 필요성이 소명된다고 판시한 바 있다. DB하이텍 소액주주들은 물적분할을 추진 중인 풍산, 이미 물적분할을 완료한 한국조선해양 주주들과 주주연합을 결성함으로써 물적분할 반대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앞서 DB하이텍은 지난 7월과 8월 공시를 통해 분사를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회사 측은 “반도체 제조를 담당하는 파운드리 사업부와 설계를 담당하는 브랜드 사업부의 전문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분사를 검토하고 있다”며 “다양한 전략 방안을 고려 중이나 구체적인 방법 및 시기 등은 결정되지 않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