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초 폭우 때 침수 피해를 입었던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빌라 반지하 주인 한모(64)씨는 6일 또다시 태풍으로 물에 잠길까 걱정돼 한숨도 못 잤다고 토로했다. 11호 태풍 ‘힌남노’가 남부지방을 강타해 상대적으로 서울지역 피해는 크지 않았지만 최씨는 여전히 창문을 통해 빗물이 집 안으로 들어와 펌프장에 수차례 전화하며 밤새 집을 지켰다고 했다. 그는 “집 내부 물건 다 버리고 창틀부터 싱크대까지 인테리어를 다시 하고 있다”며 “이제 한 번 더 침수되면 복구가 불가능한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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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모(49)씨는 반지하 일대가 모두 침수되면서 대부분 다 동네를 떠났지만 경제 사정이 어려운 일부는 여전히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주씨는 “지금 반지하에 남은 사람들은 아주 어려운 사람들뿐”이라며 “어차피 시간 지나서 사고가 또 잊혀지면 사람들이 반지하에 다시 입주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지난달 폭우로 발달장애인 일가족이 숨진 반지하 동네 일대도 미봉책 수준으로 침수 피해만 복구했을 뿐, 대부분은 세입자가 머물지 않고 있었다. 주민 박재철(61)씨는 “침수 피해를 입은 반지하 집들은 대충 쓰레기 정도만 정리됐다”며 “아예 다 버리고 동네를 떠난 사람도 있는데 남아 있는 사람들은 밤새 잠도 못 잤을 거야”라고 말했다.
침수됐던 반지하 복구 작업을 돕던 인테리어 업자 최모씨 또한 “어제는 침수될 정도는 아니었는데도 물이 조금씩 들어와서 작업을 제대로 못했다”며 “침수 후유증이 생각보다 커서 집주인은 매일같이 나와 벽이랑 바닥을 말리면서 관리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은 이번 태풍의 직접 영향권에 들진 않았지만 많은 비가 쏟아지며 안전조치가 필요한 신고가 수십 건 접수됐다. 기상청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기준 전날 181.5㎜의 비가 쏟아졌고 이틀간 250㎜가 넘는 비가 내렸다. 서울시 소방재난본부는 전날부터 이날 오전 8시까지 현장 안전조치 85건을 처리했고, 서울 시내에서 인명구조가 필요한 신고는 접수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전날 서울 강북구 미아동 단독주택 옹벽이 일부 붕괴되는가 하면, 이날 동대문구 회기동에서 주택가 지반이 일부 무너졌다는 신고가 접수돼 인근 주택 거주민 등 11명에게 대피 조치가 내려졌다.
최태영 서울소방재난본부장은 “태풍 ‘힌남노’의 영향권을 벗어날 때까지 빈틈없이 총력 대응하겠다”며 “시민 여러분께서도 재난정보에 따른 안전 수칙에 협조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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