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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조 “韓경제 기울어진 운동장…반드시 바로잡겠다”

박종오 기자I 2017.09.11 15:00:00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6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대한상공회의소 회관에서 유통업계 대표들과 만나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세종=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이 “우리 경제는 시장 구조 자체의 불균형이 누적돼 공정한 경쟁이 태생적으로 힘든 ‘기울어진 운동장’ 문제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11일 정부 세종청사 공정위 대회의실에서 열린 경제 민주화 관련 10개 단체 대표와의 간담회에서 “우리 경제는 수출 위주 대기업 중심의 성장 전략을 채택해 압축적인 고도성장을 이루는 과정에서 다수 중소 사업자가 소수 대기업과 거래하는 수요 독과점적 산업 구조가 고착화했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그는 “1990년대 이래 영세 사업자 비중이 늘어나는 대신 소기업과 중기업 비중은 줄어들고, 대기업과의 생산성 격차가 더욱 확대되는 등 ‘영세화’와 ‘양극화’ 현상이 심해졌다”며 “영세 사업자가 중소기업→중견기업→대기업 등 상위 단계로 성장하는 사례가 희소해 성장 사다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기업 생태계가 만들어졌다”고 진단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전체 사업체 중 영세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1990년 42.7%에서 2014년 49.9%로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소기업(36.1→34.5%)과 중기업(17→13.6%), 중견기업(2.8→1.6%)은 모두 그 비중이 감소했다.

김 위원장은 “더불어 발전하는 경제를 위해서는 (기울어진 운동장 문제를) 반드시 바로잡아 나가야 할 것”이라며 “그래야만 중소기업, 대리점, 가맹점 등 경제 사회적 약자가 시장의 한 축으로서 자생적으로 성장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를 위한 최우선 과제로 ‘갑을 관계’ 문제 해소를 꼽았다.

김 위원장은 “최근 미스터피자 사례에서도 드러났듯 우리 경제에 만연한 갑을 관계 문제 해소가 무엇보다 시급하다”며 “공정위는 갑을 관계 유형 중 하도급, 가맹, 유통, 대리점 등 4가지 분야의 불공정 관행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정책을 역점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김 위원장 취임 이후 가맹 및 유통 분야 불공정 거래 근절 대책과 하도급 분야 기술 유용 근절 대책을 연이어 발표했다. 전속 거래 구속 금지, 납품 단가 공정화, 1차 이하 협력업체 간 거래 공정화 등을 위한 하도급 거래 공정화 종합 대책도 준비 중이다. 대리점 분야도 지난달부터 시행한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내년 중 불공정 관행 근절 종합 대책을 내놓을 계획이다.

김 위원장은 “아무리 좋은 정책을 시행해도 공정위를 향한 국민 신뢰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그 정책은 빛 좋은 개살구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며 “국회와 긴밀히 협조해 국민이 수용할 수 있는 신뢰 제고 방안을 만들겠다”고 예고했다.

그는 간담회에 참석한 시민단체를 향해서도 “시민단체는 우리 사회 정의 구현을 위한 마지막 보루”라며 “경제 사회적 약자의 다양한 목소리를 공정하게 대변하는 역할을 지속적으로 수행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경제민주화전국네트워크·전국을살리기운동본부·전국가맹점주협의회·전국대리점살리기협회·전국유통상인연합회·전국서비스산업연맹·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참여연대·전국골프존협동조합·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 등 10개 단체 대표가 참석했다.

공정위는 이들로부터 하도급, 가맹, 유통, 대리점 분야 등의 불공정 행위 사례와 공정위 사건 처리 및 조사 방식 개선 등에 관한 의견을 수렴해 향후 정책에 반영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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