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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숙 해고 37년만에 일터로…노동존중사회 신호탄될까

정두리 기자I 2022.02.24 14:36:57

해고노동자 김진숙 명예복직·퇴직 결정에
인권위·정치권·시민단체 등 일제히 ‘환영’
코로나로 인한 부당해고 노동문제 재조명
온전한 노동인권 보장 목소리 갈수록 커져

[이데일리 정두리 기자] 옛 한진중공업(현 HJ중공업) 영도조선소의 마지막 해고노동자 김진숙(61)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이 37년만에 명예 복직과 퇴직이 결정되자 사회 각계에서 일제히 환영의 뜻을 표하고 나섰다. 이번 합의를 계기로 노동존중사회가 좀 더 확장될지 이목이 쏠린다.

지난 2020년 7월 28일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지도위원이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한진중공업 해고 노동자 김진숙 복직 응원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가인권위원회는 24일 송두환 위원장 명의의 성명을 통해 “그(김진숙)가 1981년 한진중공업에 용접공으로 입사해 노동조합 활동을 이유로 1986년 해고된 후 36년이라는 참으로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다시 노동자로 일터에 돌아가게 된 것에 다시 한번 축하와 환영의 뜻을 전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해고노동자 김진숙의 복직은 오랫동안 해결하지 못해 온 노동 존중에 대한 우리 사회의 과제이자 소명이었다 할 수 있다. 인권위도 노동인권이 한걸음 한걸음 나아가는 그 길 위에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했다.

앞서 김 위원은 1981년 한진중공업 전신인 대한조선공사 용접공으로 입사해 1986년 사측에 우호적인 노조집행부를 비판하는 홍보물을 배포했다는 이유로 부산시경찰국 대공분실에 연행돼 고문을 겪는 고초를 겪었다. 같은 해 회사는 김 위원이 이 기간에 무단결근했다며 징계 해고했다. 그는 부당해고임을 주장하며 지난 37년간 법적 소송과 관계기관에 중재 요청과 복직 투쟁을 이어왔다. 기나긴 투쟁 끝에 HJ중공업으로 이름을 바꾼 사측은 노조와 김 지도위원의 명예 복직과 퇴직에 합의했다.

정치권도 김 위원의 명예 복직을 한 목소리로 환영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전날 트위터를 통해 “해고노동자 김진숙 님이 37년 만에 복직하신다. 복직을 축하드린다”면서 “우리에게 희망버스로 친숙한 그는 암 투병에도 활동을 이어오셨다. 결단해준 노사에도 고맙다”고 했다. 같은 날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도 페이스북에 “김진숙이 해방됐다. 일제강점기보다 길었던 37년의 피눈물 나는 복직투쟁이 드디어 결실을 맺었다”면서 “HJ중공업 새 경영진의 화합의지는 우리 사회의 노사관계를 재정립하는 뜻깊은 신호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번 합의를 계기로 오늘날 사회 곳곳에 놓인 부당해고 문제가 재조명 돼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시만단체인 참여연대는 전날 논평을 통해 “이번 김 위원의 복직이 모든 일하는 사람들이 노동권이 보장된 사회에서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희망한다”면서 “부당하게 해고되고도 복직의 기회조차 갖지 못하고 사라져간 노동자들 또한 기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경영상 어려움을 이유로 부당 해고 사건이 늘어나면서 온전한 노동인권 보장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에 서울시는 직장인들의 출산·육아휴직 사용거부, 임금 체불, 부당해고, 노동부당행위 등의 고충 해결을 위한 직장맘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특히 근래에는 코로나 경영 위기를 이유로 출산휴가 신청 시 해고를 통보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어 센터 노무사들이 적극 개입해 권리구제를 하고 있다. 센터는 지난해 상담과 권리구제 약 1만6000건을 지원했다.

또한 정부는 올해부터 기업의 일방적인 채용취소를 당한 청년구직자를 위해 무료 법률 서비스를 지원한다. 코로나19 이후 청년구직자가 채용취소를 통보받는 사례가 갈수록 늘어나서다. 지난해 2월 사람인의 집계에 따르면 직전년도 코로나19로 채용취소를 경험한 청년 구직자 비중은 27.5%, 채용 취소와 연기를 둘 다 경험한 청년 비중은 33.9%에 달했다. 신고를 원하는 청년들은 국민신문고나 고용부 누리집과 지방관서를 통해 피해 사례를 알리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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