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3억 결혼사기’ 남성, 조사받다 미국 도피… 허 찔린 경찰

권효중 기자I 2022.04.19 15:33:18

“결혼하자”며 여성 속여 3억 넘게 편취 혐의
‘검사 사칭’ 혼인빙자 사기 전력도
“백신 맞아 몸 안좋다”더니 한달만에 미국行
경찰 “출국 이후 여권 무효·공조 요청 등 수사 최선”

[이데일리 권효중 이수빈 기자] 사업가 행세를 하면서 여성에게 결혼을 약속한 후 수억 원을 편취한 남성이 경찰에 입건돼 조사 받던 중 미국으로 도피했다. 코로나19로 출·입국 등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해외 도피’를 예상 못했던 경찰은 허를 찔린 뒤에야 여권 무효 조치 등을 취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19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강남경찰서는 지난 2월 초 사기와 횡령 혐의로 남성 A씨에 대한 고소장을 받고 입건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다만 A씨는 입건 이후 경찰 조사를 피하다가 지난달 말 미국으로 도주해, 사실상 조사는 멈춰선 상태다.

이데일리 취재를 종합하면 A를 고소한 20대 여성 손씨는 지난 2020년 9월부터 결혼을 전제로 A씨와 교제했다. A씨는 본인을 코스닥 시장에 상장된 한 사업체의 대표로 소개하며 손씨에게 결혼을 약속했다.

교제 과정에서 A씨는 “사업 자금이 필요하다”, “친구에게 급한 돈을 빌려줘야 한다” 등의 이유를 대면서 올해 초까지 손씨의 저축예금과 전세금 2억8000만원, 카드론 및 현금서비스 3200만원 등 총 3억원이 넘는 돈을 받아갔다. 이후 손씨는 빌려간 돈을 갚으라고 요구했지만 받지 못했고, 오히려 A씨가 서너 명의 여성들과 바람을 피우는 걸 확인하고 사기를 알아챘단 게 손씨 주장이다.

A씨는 지난 2016년에도 검사를 사칭하면서 여성에 접근해 금전을 요구, 같은 혐의로 감옥살이를 한 전력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A씨가 대표를 맡고 있다던 사업체 역시 A씨 존재를 알지 못한단 입장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A씨는 우리 회사에서 근무한 적이 없다”며 “A씨의 재직 여부를 묻고 이씨를 찾는 전화가 이미 서너 통이 왔었다”고 말했다.

A씨는 손씨에 대한 혼인 빙자 사기 혐의를 줄곧 부인하다 지난달 23일 미국행 비행기를 탔다. 이때는 이미 경찰서에서 혐의 조사를 위한 출석 요구를 받은 이후다. A씨는 “코로나19 백신을 맞고 몸이 안 좋다”, “개인 사정이 있다” 등의 핑계를 대며 한달여의 기간 동안 차일피일 출석을 미뤘다. 그러다 통상 3회가량 이뤄지는 출석 요구 이후 집행되는 강제소환을 당하기 전에 해외 도주한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A씨의 출국 사실을 뒤늦게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자인 손씨는 “(A씨는) 거주지도 불분명하고 도주 우려도 높은데 처음 수사할 때 이 점을 놓친 것 아닌가”라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어 “그나마 지금이라도 빠르게 수사를 해주는 것 같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여권 무효 조치, 공조 요청 등 A씨 수사를 위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며 “절차에 따라 최대한 빠른 수사를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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