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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건설 김형號 출범…녹록지 않은 환경에 과제 산적

권소현 기자I 2018.06.08 16:13:00

임시 주주총회에서 신임 사장 선임안 승인
인선과정에서 어수선해진 조직 안정 급선무
2년후 재매각 위해 기업가치 제고·미래 먹거리 발굴 필요

[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대우건설 신임 사장에 김형(사진) 전 포스코건설 부사장이 선임됐다. 이로써 10개월간 사장 직무대행 체제였던 대우건설은 새 수장을 맞아 3년간의 항해를 시작하게 된다.

김 신임 사장이 해결해야 할 과제도 산적해 있다. 노조와의 갈등은 대화를 통해 봉합했지만 어수선해진 조직을 추슬러야 하고, 나아가 2년 후 대우건설 재매각을 위해 기업가치를 높이는 작업을 해야 한다. 건설업이 처한 불투명한 상황에서 미래 성장동력도 찾아야 한다.

◇노조와 신뢰 구축…조직 안정 첫 과제

8일 대우건설은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김형 후보자와 김창환 주택건축사업본부장(전무)의 사내이사 선임안을 승인했다. 이렇다 할 반대 의견 없이 찬성한다는 대표발언에 줄줄이 동의한다는 제청이 이어지면서 일사천리로 마무리됐다. 이에 따라 김 신임 사장은 오는 11일 오후 2시에 취임식을 갖고 공식 업무를 시작한다.

사실 김형 후보자에 대해 한국건설기업노동조합 대우건설지부가 저지 투쟁을 예고하면서 이사 선임안 통과가 수월치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그러나 김 후보자가 먼저 노조에 면담을 제의하고 의혹을 해명하려는 노력을 하면서 노조도 한발 물러섰다.

다만, 불씨는 남아 있다. 노조는 전일 “김형 후보자에 대한 의혹은 어느 정도 해소됐지만 후보자의 발언에 대한 사실 여부 확인을 진행할 것”이라며 “추후 확인되지 못한 사건·사고나 도덕적인 결함이 발생할 경우 이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고 전제를 달았다.

때문에 김 신임 사장의 당면 과제는 노조가 제기한 의혹을 완벽하게 해소하고 노조와 신뢰관계를 구축하는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사장 인선 과정에서 어수선해진 조직 분위기를 안정시키는 것이 급선무라는 얘기다.

◇어려운 건설업…성장동력 찾기 관건

건설업은 현재 위기에 봉착한 상태다. 올해 1분기 국내 건설 수주는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2.2% 줄었다. 2년 반 만에 최저치로 떨어진 것이다. 내년이면 마이너스로 돌아설 것이란 전망이 많다.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은 매년 감소세이고 주택부문 전망도 밝지 않아 일감은 계속 줄어들 것이란 우려가 높다. 특히 대우건설은 3월 말 기준 전체 매출에서 주택건축이 차지하는 비중이 58%로 절반 이상이어서 정부의 재건축 규제 정책 등에 따른 타격을 입을 수 있다.

해외시장도 상황이 녹록지 않다. 최근 대림산업의 2조2300억원 규모 이란 수주 계약이 해지되는 등 중동지역 지정학적 리스크는 여전하고 중남미도 아르헨티나와 브라질 등이 휘청대면서 여건이 좋지 않다.

오는 7월부터 근로시간 단축이 시행되면 건설현장에서의 혼란은 물론이고 해외 사업장에서의 경쟁력 약화도 불가피하다.

이날 주총에서 의장을 맡은 송문선 대우건설 사장 직무대행 역시 인사말에서 “남북관계가 개선되면 영업 환경이 나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미국 금리 인상과 침체의 길로 가고 있는 부동산시장 상황 등 주변 여건이 우호적이지 못하다”고 설명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적정 공사비가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건설업을 둘러싼 여러 여건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며 “대우건설 뿐 아니라 대부분의 건설사들이 미래 먹거리를 찾아야 한다는 공통 과제를 안고 있다”고 말했다.

◇2년후 매각…기업가치 제고 필요

여기에 김 신임 사장은 대우건설 매각이라는 숙제도 풀어야 한다. 대우건설은 올해 초 모로코 사피 발전소 부실을 공개하면서 호반건설로의 매각이 무산된 바 있다. 이후 대주주인 산업은행은 문책성 인사로 대우건설 본부장급 5명을 교체한데 이어 사추위를 구성, 사장 공모 절차에도 착수했다.

산업은행은 올해 초 대우건설 매각이 불발되자 2년 후에 재매각을 추진하겠다고 시점을 못 박았다. 이때까지 김 신임 사장은 대우건설을 잘 팔릴 수 있는 상품으로 만들어야 하는 임무를 지게 된 셈이다.

김 신임 사장에 거는 기대는 크다. 현대건설 출신으로 삼성물산 시빌(Civil) 사업부장과 포스코건설 글로벌인프라본부장(부사장)을 역임하는 등 33년간 국내 굴지의 건설회사에서 경험을 쌓았다. 국내외 굵직한 프로젝트를 수행했고 본사에서 총괄지휘도 하면서 현장 경험과 조직 관리 능력 등을 고루 갖췄다는 평가도 받는다.

그러나 건설업 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기업 가치를 높이기란 쉽지 않다. 대우건설은 올해 1분기(1~3월)에 영업이익 1820억원을 기록해 작년 4분기 적자에서 흑자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1년 전과 비교하면 영업이익은 17.7% 감소한 수준이다. 매출액은 2조6528억원으로 전년 대비 0.5% 늘었지만 전분기 대비로는 9% 줄었다.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해외 사업장 부실 정리와 구조조정 등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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