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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배초교 인질극 범인이 '조현병'... 범죄 아닌 '사회 구성원'

이순용 기자I 2018.04.04 14:54:47

최근 몇몇 이슈로 인한 정신질환자에 대한 인식이 계속 악화돼
조현병은 전문적인 치료 통해 치료 및 개선 가능, 꾸준한 복약이 필수
조현병에 대한 잘못된 인식 및 오해는 오히려 적절한 치료 방해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 최근 서울의 모 초등학교에서 양 모씨(25)가 이 학교 4학년짜리 여학생(10)을 볼모로 한 인질극이 벌어졌다. 그는 약 1시간 만에 경찰에 붙잡혔다. 그는 뇌전증 4급 장애와 조현병(정신분열증) 의심 증상으로 치료를 받아온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이와 유사한 사건의 배경으로 ‘조현병’이 거론되면서 해당 질환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 또한 높아지고 있다. 이번 사건을 비롯해 재작년 강남역 근처에서 붇지마 살인 사건까지 모두 용의자 혹은 범인이 조현병 병력이 있다고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슈가 된 조현병은 과거 ‘정신분열병’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질환으로, 망상이나 환청, 와해된 언어, 정서적 둔감 등의 증상과 더불어 사회적 기능에 장애를 일으키는 질환이다.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누군가가 나를 해치려 든다는 ‘피해망상’과 누군가 내 이야기를 한다는 ‘관계망상’, 기타 환청 등이 있다. 환자도 매년 증가하는 추세로, 2013년 11만3,280명에서 2017년에는 12만70명으로 약 6% 가량 증가했다. 그러나 전세계적으로 조현병의 유병률이 1% 정도로 나타나는 만큼, 국내 밝혀지지 않은 환자는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조현병의 원인은 아직까지 명확하게 밝혀지지는 않았다. 이기경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과장은 “조현병은 특정 원인 하나로 인해 발병하기 보다는 여러 요인들이 결합해 발병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고 그 중에서도 뇌 내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과 세로토닌 이상에 의해 증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 밝혔다.

문제는 여러 사건들로 인해 조현병을 비롯한 정신질환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안 좋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장애인개발원이 매년 조사하는 ‘장애인차별금지법 이행 모니터링’의 결과에서도 이러한 경향이 점차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정신적 장애인’ 이라는 이유로 부당하게 대하거나 불이익을 주어서는 안 된다‘는 문항에 대해 2016년에는 99.1%가 긍정을 한 반면, 2017년에는 96.7%로 그 수치가 떨어졌으며, ’정신적 장애인‘ 도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있다’는 의견도 74.8%에서 71.1%로 하락했다. 반면 ‘정신적 장애인은 전반적으로 더 위험한 편이다’라는 의견은 68.1%에서 69.1%로 높아졌다.

그러나 조현병이 이러한 ‘묻지마 범죄’의 주 원인은 아니라는 것이 전문의들의 소견이다. 조현병 환자의 경우 일반적인 인식과 달리 공격적인 성향을 보이기보다는 사회적인 관계를 극도로 두려워하는 경향이 더 두드러지는데, 몇몇 소수의 가해 사례가 부각되면서 잘못된 인식 및 이로 인한 차별이 더 심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정신질환에 대한 과도한 공포 및 선입견이 정신질환자의 진단 및 치료를 받는데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조현병은 다른 질환과 마찬가지로 치료가 가능한 질환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꾸준한 약물 치료다. 약물 치료의 경우 도파민 등 뇌 내 신경전달물질을 조절하는 약물을 복용하게 되는데, 고혈압이나 당뇨와 같이 치료제를 꾸준히 복용하는 것만으로도 일상생활을 영위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다만 질환의 특성 상 자신이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많고 매일 복약하는 것이 번거롭다는 이유로 복용 중단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 조현병이 재발할 수 있는 만큼 주의해야 한다.

이기경 과장은 “정신질환자들의 경우 사회의 부정적인 인식으로 인해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로 인해 정신질환이 악화되어 개인과 전체 사회의 건강을 해치는 위험이 더 커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몇몇 사례만을 부각해 정신질환자를 사회에서 격리하는 것이 아닌 이들이 적극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사회적인 인식 개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조현병’, 범죄자 아닌 치료 필요한 ‘사회 구성원’ 사진 양지병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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