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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보다 더 번다”는 엑손모빌…덩치 키워 셰일 개발 왜?

김상윤 기자I 2023.10.12 15:09:04

엑손모빌, 600억달러 규모 파이어니어 인수 결정
1999년 후 최대 ‘빅딜’…美 1위 석유생산업체 등극
美에너지전환 더뎌…당분간 화석연료사용 ‘베팅’
반독점 심사 허들 넘어야…정치적 부담도 걸림돌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미국 메이저 석유기업인 엑손모빌이 셰일오일 시추업체 파이어니어 내추럴 리소시스를 약 600억달러(약 80조40000억원)에 인수한다. 1999년 엑손이 모빌을 합병(810억달러)한 이후 최대 규모 ‘빅딜’로, 거래가 완료되면 엑손모빌은 미국 석유생산업체 1위로 올라서게 된다.

미국 메이저 에너지기업인 엑손 (사진=AFP)
셰일가스 핵심 퍼미안 분지서 독보적 입지 구축

11일(현지시간) 엑손모빌은 파이어니어 주식을 주당 253달러, 총 595억달러에 인수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파이어니어 주주들에게 주당 약 2.3주의 엑손모빌 주식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이뤄지며, 주주총회 및 경쟁당국의 반독점 심사 등을 거쳐 내년 상반기 내 거래가 마무리될 것이라고 회사 측은 기대했다.

대런 우즈 엑손모빌 최고경영자(CEO)는 성명에서 “두 회사를 결합하면 각각의 회사가 단독으로 셰일가스를 개발했던 것 이상으로 훨씬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해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파이어니어는 퇴적암층에 섞여 있는 원유·가스를 채굴하는 셰일오일 시추업체다. 텍사스 퍼미안 분지에서 전체 시추량의 약 9%를 담당하는 3위 업체다. 이 지역에서 엑손의 생산량은 6%로 5위다. 두 기업 결합으로 엑손모빌은 퍼미안 분지 일대에 독보적인 계일오일 시추업체로 올라선다.

엑손모빌은 파이어니어를 인수하면서 퍼미안 분지의 하루 생산량을 130만배럴까지 끌어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는 현재 생산량의 두 배에 달하는 규모다. 미국의 원유생산량은 하루당 약 1300만배럴인데, 최근 셰일업체들이 새로운 시추 지점을 찾는데 어려움을 겪으면서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엑손모빌이 ‘규모의 경제’를 만든 후 셰일오일 시추 비용을 더욱 낮춰 셰일오일 시추 개발에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최근 기후위기 문제로 전 세계가 재생에너지 전환에 나서고 있는데도 불구 엑손모빌이 셰일오일 업체를 인수에 나선 것은 화석연료가 여전히 건재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고유가를 위한 감산을 지속하는 상황에서 미국이 기후변화 대응보다는 화석연료에 대한 투자를 당분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에 ‘베팅’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거래가 완료되면 엑손의 전 세계 원유 시추량 중 절반 정도는 미국에서 생산될 예정이다.

엑손모빌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가가 치솟으면서 횡재를 누린 에너지 기업 중 하나다. 지난해 557억달러(약 74조6937억원)의 이익을 남겨 종전 최대였던 2008년의 452억2000만달러(약 60조6400억원)를 훌쩍 넘어섰다. 엑손모빌은 이를 ‘실탄’으로 활용해 파이어니어 인수에 나선 것으로 전해진다.

반독점 심사 허들 넘어야…정치적 부담도

관건은 반독점 심사를 넘을 수 있을지 여부다. 미국 석유시장 1위 업체로 올라서는 만큼 경쟁제한 여부를 따져야 한다. 로이터 통신은 반독점변호사와 전문가를 인용해 경쟁당국이 이번 딜을 저지하기 위해 고군분투할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퍼미안 분지에서 결합사의 셰일오일 생산량은 15%에 불과하고, 전 세계 석유 및 가스 공급의 1%에 그친다. 여기에 에너지업계의 반독점 문제는 하류부문인 정제 및 판매 부문에 국한돼 있어 상류부문인 탐사 및 생산 분야에서는 크게 경쟁제한 우려가 크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적 부담도 있다. 셸던 화이트하우스 민주당 상원의원은 딜 소식이 전해지자 “엑손모빌이 부패한 국제 카르텔을 이용해 소비자에게 바가지를 씌우고 지구 오염을 두 배로 늘리고 있다”고 꼬집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지난 6월 “엑손모빌이 하느님보다 돈을 더 많이 벌었다”며 엑손모빌이 국제유가 상승으로 횡재한 이익을 대규모 배당에 활용하는 것을 비난한 바 있다.

우즈 CEO는 “이번 딜은 미국의 에너지안보를 강화하고 셰일오일 개발을 촉진하면서 소비자들에게 이익이 될 것”이라며 “국가를 위한 ‘윈윈’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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