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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요금 인가제, 30년 만에 폐지..단말기 가격규제도 풀어야

김현아 기자I 2020.05.20 13:30:47

SK텔레콤 이동전화, KT 시내전화 '유보신고제'로
과기정통부, 요금인상 시 15일 이내 반려
단통법 폐지해 단말기 판매가격 경쟁도 활성화해야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1991년 시작된 통신요금 인가제가 30년만에 폐지됐다. 통신요금인가제란 정부가 이동전화 시장에선 SK텔레콤, 유선전화 시장에선 KT의 요금을 인가해왔는데, 이를 세계적 추세에 맞춰 없앤 것이다. 국회는 20일 20대 국회 마지막 본회를 열어 요금인가제를 폐지하고 유보신고제를 도입하는 내용을 담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과기정통부, 요금인상 시 반려

그간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에서는 ‘인가제 폐지=통신요금 인상’이라는 우려를 제기해 왔지만, 정부가 요금 심의권을 놓은 게 아니어서 요금인상 우려는 없다는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설명이다.

이동전화 1위 통신사업자인 SK텔레콤이 요금을 신고하면 과기정통부가 15일 이내에 △부당한 이용자 차별이나 △공정경쟁 저해 시 반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기영 과기정통부 장관은 본회의에 앞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금태섭·박주민·백혜련 의원(민주당)의 질의에 “인가제는 자율경쟁을 침해해 신고제로 바꾸는데 국민 부담이 늘 수 있어 유보신고제로 했다”며 “단순 신고제가 아니어서 요금인상 우려시 15일 이내 반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통신요금인가제의 취지는 SK텔레콤이 LG유플러스 등 후발 사업자가 따라올 수 없는 낮은 가격의 요금제를 내서 점유율을 높이거나 반대로 높은 점유율을 앞세워 과도하게 요금을 인상하는 걸 막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통신3사간 점유율 차이가 줄고 알뜰폰의 점유율이 10%를 넘기면서, 인가제가 오히려 통신3사간 요금제 베끼기를 부추긴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SK텔레콤이 요금인가를 신청한 사이, 나머지 통신사들이 유사 요금제를 출시해 왔던 것이다. 같은 이유로 미국, 일본 등 대부분의 나라에서 인가제를 폐기한 지 오래이고, 정부 역시 2014년부터 인가제 폐지를 추진해 왔다가 이번에 국회 문턱을 넘게 됐다. 통신사 관계자는 “인가제를 신고제로 완전히 바꾼 게 아니라 유보신고제로 했기 때문에 요금을 올리기는 어렵다”면서 “그보다는 원가보상률에 근거한 요금심의가 이용자 이익을 중심으로 심의하는 패러다임으로 바뀐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요금인가제가 폐지되면서 통신3사간 거의 비슷했던 요금 상품이 다양해지고 더 저렴한 요금제가 나올지는 지켜봐야 한다. 다만, ‘유보신고제’여서 요금인상은 불가능하다.

단통법 폐지해 단말기 판매 가격 경쟁도 활성화해야

강력했던 정부 주도 요금규제가 어느정도 풀린 만큼, 이제 단말기 판매 가격을 규제하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도 폐지하거나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단통법은 지원금을 차별하는 행위를 이용자 이익저해로 보고 처벌하는데, 공시 지원금보다 싸게 팔아도 수백억에 달하는 과징금 처분을 받곤 했다. 단통법은 2014년 단말기 가격 차별을 막아 이용자를 보호하겠다는 취지로 만들어졌지만, 단말기 시장의 유통경쟁을 저해해 싼 가격의 단말기 유통을 막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휴대폰 유통업계 관계자는 “통신과 단말기 유통을 분리하는 완전자급제는 중소 유통점의 생존을 위협할 수 있지만 단통법은 폐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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