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군인권센터 "동성애자 색출 함정·불법수사 저질러"…육참총장 등 인권위 제소

김보영 기자I 2017.04.17 13:42:43

SNS 성관계 영상 관련 없는 피해자 함정수사 의혹 제기
수사 과정에서 불법 압수수색 저지르기도
센터, "헌법상 평등권 위반 등 인권위 제소 예정"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이 17일 오전 서울 마포구 이한열기념관에서 연 동성애자 군인 색출 및 처벌 사건 관련 2차 긴급 기자회견에서 함정 수사 및 장준규 육군참모총장 개입 정황 등에 대한 증거자료를 제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데일리 김보영 기자] 육군이 동성애자 군인을 색출하려는 목적으로 함정 수사를 벌였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군인권센터(소장 임태훈)는 17일 오전 서울 마포구 이한열 기념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육군 중앙수사단이 동성애자 데이트 애플리케이션을 이용, 함정 수사를 벌이는 등 인권침해를 저지른 증거를 확보했다”며 “장준규 육군참모총장을 비롯한 중앙수사단 수사관 등 4명을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센터는 “올해 초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현역 병사와 간부가 성관계를 맺는 영상이 올라오자 수사에 착수한 것이란 중앙수사단 측 설명은 법률 위반 증거를 확인한 이후의 일이므로 문제가 없다”면서도 “이 사건 수사 과정에서 취득한 정보를 바탕으로 동성애자 군인을 식별하기 위한 함정 수사 등에서 인권침해 문제가 생긴 것”이라고 지적했다.

센터에 따르면 한 부사관은 휴대전화에 ‘군인과 연애를 했다’는 내용이 들어있었단 사실만으로 수사 대상이 됐다. 또 다른 부사관은 동성애자 군인들과 모여 있는 단체 대화방에서 함께 여행을 가기로 했다는 이유로 수사 대상에 올랐다. 모두 현행 군형법 위반인 동성 간 성관계가 없었음에도 단지 동성과 연애했거나 동성애자라는 이유만으로 수사를 받았다는 게 센터 측 주장이다.

임태훈 소장은 “자체 조사 및 제보를 통해 식별한 피해자 총 18명 중 육군이 SNS에서 발견한 동영상 유포에 관련된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중수단이 함정 수사를 벌였다는 주장도 나왔다.

센터는 “중수단 사이버팀 소속 홍 모 수사관은 A중사를 대면 조사하면에서 ‘동성애자 데이팅 앱’에 접속해 군인으로 추정되는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보내라고 종용했다”며 해당 중사가 실제로 앱에서 나눈 대화 장면을 증거 자료로 제시했다.이어 “지난 11일 B대위를 상대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영장에 기재되지 않은 B대위 자동차를 무단으로 수색했고 이후 변호사가 항의하자 블랙박스 등 압수 물품을 돌려줬다”며 불법 수사 사례를 소개하기도 했다.

또 육군 고등검찰부가 지난달 23일 일선 부대에 하달한 ‘군형법상 추행죄 처리 기준 검토’라는 문서를 공개했다.

센터는 “사건이 군 검찰로 송치되지도 않았던 수사 중반에 기소 지침을 하달하고 처리 지침을 만든 것은 이상한 일”이라며 “모종의 지시로 고검이 사건 처리 기준을 미리 준비했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으며 이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은 육참총장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앞서 센터는 지난 13일 기자회견을 열어 “장준규 육참총장의 지시로 중수단이 지난 2~3월 육군에 복무 중인 동성애자 군인 40~50명을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육군 본부는 이에 대해 “육참총장의 ‘동성애자 군인 색출 및 처벌 지시’는 사실이 아니다”며 “SNS에 성관계 동영상이 유포돼 군형법에 따라 수사에 들어간 것”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육군은 지난 14일 체포한 B대위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날 오후 2시 육군보통군사법원에서 B대위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이 열렸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