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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빌라 매매 건수는 3205건으로 집계됐다. 반면 아파트 매매건수는 2718건에 그쳤다. 통상 주택 시장에서 아파트 거래는 빌라보다 두세 배가량 많다. 빌라는 아파트에 비해 녹지, 주차장 등 주거 인프라가 열악해 선호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울 아파트값과 전셋값이 모두 급등하면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빌라에 매수세가 몰린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 아파트값은 고공행진 중이다. 서울 아파트 3.3㎡당 매매가격은 지난 7월 4482만원에서 8월 4560만원으로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같은 기준 전국 아파트 평균매매가격(2026만원)의 2.5배가 넘는 규모다.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6억 3483만원으로 집계됐다. 새 임대차법이 시행된 지난해 7월(4억9922만원)보다 1억3562만원 올랐다. 임대차 3법 시행으로 계약갱신청구권 행사에 따라 물량이 쪼그라든데다 입주물량이 줄어들면서 가격상승 압력이 높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전셋값이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실수요자들은 빌라매매로 돌아서고 있다. 실제 서울부동산광장의 부동산거래현황에 따르면 올 1월부터 8월까지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는 지속해서 줄어드는 반면 다세대·연립 매매 건수는 아파트 매매거래 건수를 넘어서고 있다.
실제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 건수는 5월 11033건으로 올해 중 가장 많은 거래량을 기록했으나 △6월 9033건 △7월 8620건 △8월 7338건으로 쪼그라들었다. 반면 다세대 연립 매매 건수는 아파트 매매 건수를 넘어선다. 다세대 연립 매매건수와 아파트 매매건수의 차이는 1월 40건에서 시작해 점점 격차를 벌이며 △2월 605건 △3월 1357건 △4월 2046건 △5월 1120건 △6월 1545건으로 벌어졌다.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아파트값이 사회 초년생들이 감당하지 못할 만큼 뛰자 자금력이 부족한 20~30대 손님들의 빌라로 눈을 돌리고 있다”며 “2030세대의 ‘패닉바잉(공황구매)’이 서울 아파트를 넘어 빌라 시장으로까지 확산되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여기에 재개발 사업 호재를 노리는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매입 수요가 더해지는 분위기다. 부동산 플랫폼 서비스 ‘다방’을 운영하는 스테이션3가 한국부동산원 자료를 분석한 결과 외지인의 서울 비아파트 매입 비율은 2017년 상반기 18.7%에서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며 올 상반기 31.2%까지 높아졌다.
빌라로 눈길을 돌리는 수요자가 늘어나면서 빌라 매매 가격도 오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7월 기준 서울 평균 빌라 가격은 3억 4629만원으로 지난해 말(12월)과 비교하면 32.1% 올랐다.
전문가들은 빌라는 가격상승 여력에 한계가 있어 주거입지 요건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부동산학회장인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는 “아파트 가격이 너무 많이 오른 탓에 대체재인 빌라로 매수세가 넘어가는 것으로 보인다”며 “빌라 매수 시 직주근접 요건과 향후 재건축 가능성 등을 통해 재산가치 상승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