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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가 말하는 정당한 대우 중 하나는 성과급이다. 노조는 성과급 산정 기준을 현재 EVA에서 영업이익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손우목 전삼노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진행한 파업 선언 기자회견에서 “우리가 원하는 건 투명하고 공정한 임금제도”라며 “투명하고 공정한 건 직원들이 모르는 EVA가 아니라 영업이익 기준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EVA는 세후영업이익에서 자본비용을 차감한 값이다. 자본을 제공한 주주와 채권자 등의 요구수익인 자본비용을 차감해야 초과이익을 구할 수 있다. 주주 배당이나 차입에 대한 이자 등 자본비용이 높아지면 EVA가 낮아지는 구조다. 대규모 투자를 위해 외부 자금을 조달하면 EVA는 더 줄어든다. 삼성전자(005930)는 성과급 산정 방식으로 EVA를 고수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구체적인 EVA 계산식은 대외비인 탓에 알려지지 않았다.
메모리 반도체 경쟁사인 SK하이닉스(000660)는 영업이익을 성과급 산정 기준으로 삼고 있다. SK하이닉스는 기존에 EVA를 활용해 왔는데, 직원들이 성과급 지급과 관련해 불만을 쏟아내자 2021년 영업이익 기반 방식으로 바꿨다. 가전 경쟁사 LG전자(066570)는 매출과 영업이익 목표치를 설정해 성과급을 지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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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반도체는 대규모 설비 투자가 필요한데, 영업이익을 성과급 산정 기준으로 삼으면 재투자가 어려워질 우려가 있다”고 분석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영학과 교수는 “지속가능한 경영 측면에서 EVA 방식이 더 적합하다”고 말했다.
다만 반도체업계에서 인재 확보가 핵심 이슈인 만큼 노사 갈등을 최소화하고 인재를 유인할 적절한 보상이 뒤따라야 한다는 제언도 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노사 분규에 따른 비용까지 고려한다면 직원들의 요구사항을 일부 수용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