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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장순원 김무연 기자] “인수합병(M&A)시장에는 똑똑한 사람이 참 많다. 그러나 현장은 머리로 이해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밖으로 드러나지 않는 문제가 많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직접 부딪혀봐야 감(感)을 잡을 수 있다.”
11일 광화문 사무실에서 만난 오승목 룩센트인코퍼레이티드(이하 룩센트) 대표는 인터뷰 내내 ‘현장’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려 사무실에서 아무리 치밀한 계획을 마련해도 현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면 회사가 생각대로 굴러가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룩센트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8년 설립한 토종 컨설팅회사다. 국내외 사모펀드(PEF)나 유수의 기업에서 원가 절감, 성과 혁신, 운영 전략 최적화 프로젝트를 수행해 왔다. 그중에서도 혁신적 운영관리 시스템을 통해 기업의 가치를 끌어올리는(밸류업 프로젝트) 게 특기다. 최근에는 기업 M&A시장 큰손으로 떠오른 PEF와 호흡을 맞추는 일이 잦아졌다. PEF는 단기간에 경영효율을 극대화해 기업을 되팔아야 하는 터라 전문가인 룩센트의 도움이 필요한 고객이다.
◇방향만으로는 안된다‥세부단계까지 파고드는 게 핵심
물론 PEF도 어떻게 하면 기업가치를 끌어 올릴까를 누구보다 잘 아는 선수들이다. 하지만, 방향을 안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마련된 개선방안이 실행이 되고 재무제표로 나타나려면 수많은 난관을 넘어서야하기 때문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룩센트의 경쟁력이 발현되는 것이다.
오 대표는 “경영지표 개선이 이뤄지려면 바로 실행할 수 있는 계획을 마련해 현장의 세부적인 단계까지 파고 들어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비용을 절감하려면 생산 라인의 재배치나 구매방법의 변화, 설계도면의 수정 같은 구체적인 행동이 필요한데 PEF가 다 알 수는 없고 시간도 부족하다”면서 “사모펀드의 속성도 잘 알면서 동시에 현장의 임·직원들이 어떻게 일을 하는지 잘 아는 우리가 경쟁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룩센트는 컨설턴트 가운데 60~70%는 일반회사를 경험한 사람들을 뽑는다. 현장 경험이 있어야 맥을 짚을 수 있다고 판단해서다. 인력의 60%가량은 공대 출신이기도 하다.
◇직원 스스로 변화 모색‥옆구리 슬쩍 찌르는 ‘넛지’효과
룩센트는 사모펀드를 등에 업고 회사를 들쑤시는 점령군 행세를 하는 대신 회사 임직원들과 같이 머리를 맞대고 해법을 찾는 게 장기다. 오 대표는 “개선방안을 찾다 보면 70% 정도는 회사 직원들이 한번 쯤 생각하고 있던 것이다. 생각은 했지만 무엇인가에 가로막혀 실행이 안 된 것들이다. 나머지 30% 정도가 그전에 생각하지 못했던 것을 발굴한 것이다. 조직이 좋아질 방법은 직원들 머리 속에 다 있다. 틀린 얘기도 있고 맞는 생각도 뒤섞여 있다. 우리는 이걸 끄집어 내 확인하고 계산해 의사결정이 되도록 판을 만든다”고 말했다.
피인수기업 직원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할 수 있도록 조직 내 걸림돌을 치우거나 워크숍이나 브레인스토밍 과정에서 아이디어를 끌어내도록 유도하는게 게 대표적이다. 또 직원의 아이디어로 개선된 수익성의 1~2%라도 직원에게 배분해 사기를 북돋우는 당근도 자주 활용한다. 이런 방법들은 잘 알려진 ‘넛지’와 비슷한 개념이다. 넛지라는 말은 사전적으로 ‘팔꿈치로 슬쩍 찌르다’는 뜻이다. 타인의 선택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개입을 말한다. 오 대표는 “직원들이 스스로 움직이고 변화를 통해 성과를 낼 수 있도록 가려운 곳을 살살 긁어주는 것이 주된 역할”이라고 했다. 직원 스스로 변화나 성장의 열망이 있어야 결과적으로 기업 성과가 배가될 수 있다는 게 그의 지론이기도 하다.
◇조직 긴장감 커지면 부담‥새 주주와 임직원간 윤활유 역할
사실 M&A가 이뤄진 뒤 새로운 주인과 기존 직원의 관계는 긴장감이 팽팽할 수밖에 없다. PEF는 국내에서 인적 구조조정을 통해 수익을 남기는 장사꾼처럼 인식되기 때문이다. 특히 새로운 대주주는 젊은 자본가인데 반해 CEO나 기존 임직원은 상대적으로 나이도 많고 한 분야에서 전문성을 기른 경우가 많다. 접점을 찾기 쉽지 않다는 얘기다. 그는 “조직의 긴장감이 높으면 직원들이 눈치를 본다. 좋은 게 있어도 얘기 안 한다”면서 “이러면 회사가 잘 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그래서 룩센트가 가장 공을 들이는 부분도 새로운 대주주와 기존 직원 간의 윤활유 역할이다. 교육이나 회식자리를 자주 마련해 친밀감을 높이는 방식이다. 오 대표는 “가끔 대주주인 PEF 담당자 분들을 불러 직원과 어울릴 자리를 만들기도 한다”면서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자연스럽게 (PEF도) 우리(직원)와 같은 생각(회사를 키우려는)을 하는 구나라는 느낌이 들 것”이라고 말했다.
◇고객사도 컨설팅효과 톡톡‥아시아 커버할 역량 기르는 중
PEF 고객사도 룩센트 컨설팅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삼양옵틱스를 인수해 상장(IPO)한 VIG파트너스나 코웨이, 두산공작기계 건으로 호흡을 맞춘 MBK파트너스가 대표적인 곳이다. 모두 PEF가 인수한 뒤 단기간 성과가 급격히 좋아진 곳이다. 오 대표는 “우리가 한 것은 사실 미미합니다. 결과적으로 PEF가 기업의 가치를 높이는 적절한 선택을 한 것이죠”라며 몸을 낮췄다. 그는 “초기에 빨리 손을 대면 실적이 눈에 띄게 좋아질 부분이 분명히 있다”면서 “초기에 회사가 좋아지는 모습이 보여야 엑시트(자본회수) 계획이 제대로 가동될 수 있고 또 다음 투자자들을 모집할 때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룩센트는 국내를 넘어 아시아권에서 실력을 인정받는 컨설팅회사를 목표로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다. 오 대표는 “지난 10년간 경험도 쌓이고. 글로벌 회사나 외국계 PE를 포함해 고객의 발판도 넓히고 있다”면서 “아시아를 커버할 수 있는 컨설팅회사로 도약하려 인력을 끌어모으고 해외 주주의 스타일에 대한 연구를 강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