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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성 파티 끝났나…대출받아 집 산 투자자 '좌불안석'

권소현 기자I 2018.02.06 14:38:37

글로벌 증시 급락에 부동산도 투자심리 위축
서울 급등지역 막바지 매수자들 좌불안석
"부동산시장 요인 다양…금리 임계점 넘어야 집값 급락 야기"

[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미국 다우지수가 금리인상 우려 속에 폭락하는 등 글로벌 증시가 ‘블랙 먼데이’를 연출하자 국내 부동산시장에서도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초저금리 시대가 막을 내리고 그동안 각종 자산 가격을 끌어올렸던 유동성 파티도 끝나가고 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서울 강남 재건축시장에 대한 규제 압박에 나선 상황에서 시중에 풀린 돈이 줄어들면서 금리까지 뛰면 부동산 투자 심리도 어느 정도 위축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다만 부동산 시장을 움직이는 요인이 다양한데다 금리 상승이 집값에 실제로 반영되기까지 시차가 있는 만큼 당장 하락세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란 진단도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6일 국내외 증시 하락으로 금융시장 불안감이 높아지자 주택시장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특히 정부가 최근 옥죄기에 나선 강남 재건축 단지들을 중심으로 호가(집주인이 부르는 가격)가 눈에 띄게 하락하는 모습이다.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전용면적 76㎡는 이날 18억4000만원에 매물이 나와 지난달에 비해 6000만원 가량 빠졌고,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전용 72㎡도 호가가 19억3000만원으로 일주일 전보다 7000만원 가량 내렸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84㎡는 지난달 초 17억8000까지 호가가 올랐다가 현재 17억원대로 낮아진 상태다.

사진=연합뉴스
가장 큰 리스크는 금리 상승이다. 고정혼합형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기준금리로 주로 활용되는 5년 만기 은행채(AAA) 금리는 지난달 초 2.5%대에서 최근 2.7%대로 올랐다. 이에 따라 NH농협은행과 KB국민은행 등 일부 은행의 고정혼합형 주담대 최고 금리도 5%를 돌파했다. 매달 중순에 발표되는 코픽스 금리에 연동되는 변동금리 역시 상승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양지영 R&C 연구소장은 “2~3년 전에 낮은 금리로 대출받아 주택 매입에 나선 투자자들의 경우 금리 상승에 따른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양도세 중과 등 세 부담도 커진 상황에서 미국발 금리 인상이 본격화할 경우 주택시장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자 최근 서울 급등 지역에 집을 산 이들은 좌불안석이다. 혹시 상투에 잡은 것은 아닌지, 거품이 끼어있었던 것은 아닌지 노심초사다. 계약금 치르고 잔금 송금을 남겨놓은 매수자들도 위약금을 물고라도 계약을 취소해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최근 마포의 한 아파트를 매수하기로 하고 가계약금 700만원을 송금한 이모씨는 “집값 상승 끝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자꾸 들어 지금이라도 취소하는 게 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며 “변동금리로 대출을 받아야 하는데 집값이 보합을 보여도 금리가 올라가면 부담이 상당할 것 같다”고 말했다.

실거주용이 아니라 전세 끼고 일부 대출을 받아서 산 ‘갭투자’의 경우는 더 불안하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3만4703가구로 지난해에 비해 28% 늘어난다. 따라서 전세값은 하향 안정될 것이란 전망이 높은데 금리 오르고 집값 떨어지면 ‘깡통주택’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한편에선 그동안 서울 일부 지역은 아파트값이 급등한 만큼 쉬어갈 시점이 됐고, 금리 수준도 아직은 집값을 끌어내릴 정도로 높지 않다는 점에서 글로벌 증시 불안 영향은 미미할 것이란 전망도 많다. 현재 평균 3%대 중반에 머물고 있는 주담대 금리가 4%대 중반까지 올라야 타격이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금리가 오른다고 무조건 부동산 시장이 하락하는 게 아니라 어느 정도 금리가 임계점을 넘어서야 한다”며 “부동산과 증시가 상당히 연동돼 있고 과잉 유동성이 부동산을 끌어올린 측면이 있는 만큼 심리적으로 영향이 있긴 하겠지만 관망하는 수준일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주요국 중앙은행이 긴축에 나섰지만, 경기가 완벽하게 회복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금리 인상에 속도를 내지 못할 것이란 점도 부동산 낙관론의 근거로 꼽힌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한국은행이 한번에 큰 폭으로 올리지 않고 0.25%포인트씩 베이비스텝으로 금리를 인상하고 있기 때문에 시장에 미칠 단기적인 충격은 없을 것”이라며 “금리가 부동산 가격에 영향을 미치기까지 시차도 최소 2분기에서 4분기까지는 걸린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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