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가계대출 역시 5개월만에 감소세를 끝내고 다시 증가세로 바뀌었다. 주택담보대출이 소폭 증가한 상황에서 기타대출 감소폭이 크게 축소됐기 때문이다. 은행권의 대출 문턱 완화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은행의 대출 영업 강화와 윤석열 정부의 대출 완화 기조 예고에도 가계대출 전망에 대해서는 신중론이 만만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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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전년동월 대비 가계대출 증가세는 3.1%로 지난해 7월(10%)이후 둔화추세가 계속 유지됐다.
가계대출 하락세가 멈춘 것은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 때문이다. 기타대출은 지난 연말 이후 감소세를 이어갔지만, 감소폭이 전월 대비 크게 축소됐다. 4월 중 기타대출은 1조6000억원 줄어 감소폭이 전월(-6조5000억원)의 4분의 1수준으로 급감했다.
변제호 금융위 금융정책과장은 “기타대출은 금융회사의 신용대출 관리 완화 등의 영향으로 감소폭이 크게 축소됐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하나은행은 지난달 12일부터 주력 신용대출 상품인 하나원큐신용대출 한도를 기존 1억5000만원에서 2억2000만원으로 올렸다. 우리은행도 지난달 4일부터 마이너스통장 한도를 5000만원에서 상품에 따라 8000만∼3억원까지 늘렸다. 여기에 주담대도 4월 중 2조8000억원이 늘어 3월(전월대비 3조원 증가)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해 가계대출 감소세가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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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은행 등 2금융권 가계대출은 4월 중 1000억원 증가했다. 보험(2000억원)·저축은행(3000억원)·여전사(6000억원)의 경우 전월 대비 가계대출이 증가했지만, 상호금융권(-1조원)은 감소세가 지속됐다.
변 과장은 “연초부터 이어지던 가계대출 감소세가 멈췄지만 전반적으로 안정적인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다”며 “가계대출 증가세가 안정적으로 유지돼 경제의 불안요인이 되지 않도록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겠다”고 했다.
가계대출 전망에 대해서는 신중론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향후 주택가격은 하락할 가능성이 크고 금리는 상승할 것”이라며 “이에 따라 가계대출은 감소세로 다시 전환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지난 2일 발표한 1분기 부동산시장 동향에 따르면 1분기 전국 주택매매가격은 0.1% 상승하는 데 그쳤다. 전분기(1.8%)보다 상승률이 더 하락했다.
다만 윤석열 정부가 대출 완화 기조를 표방하고 있는 점은 변수다.
정부는 생애 최초 주택구입 가구의 담보인정비율(LTV) 상한을 80%로 완화할 계획이다. 은행권은 주담대 만기 기간을 40년까지 늘렸을 뿐만 아니라 정부 차원에서 50년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황영웅 한은 금융시장국 시장총괄팀 차장은 “금리 상승기에 은행의 대출 문턱 낮추기가 대출 증가로 이어질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며 “방역조치 완화로 경제활동 재개에 은행 영업 강화가 겹치면 변화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