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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양곤 에이치엘비 회장, 대표직 사임…증권가 설왕설래

김대웅 기자I 2019.03.28 12:30:00

최대주주 진 회장, 1년9개월 만에 경영일선서 후퇴
회사측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 위한 것"
"책임 경영 하겠다더니 왜 갑자기.." 진의파악에 갑론을박

진양곤 에이치엘비 회장.


[이데일리 김대웅 기자] 지난해 주가 급등으로 시가총액 3조원대에 오른 코스닥 바이오 기업 에이치엘비(028300)의 진양곤 회장이 돌연 대표이사직 사임을 발표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회사 측은 “전문경영인 체제로의 전환을 위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책임경영을 하겠다며 대표직에 오른 지 1년여 만에 갑작스러운 사퇴 결정이 나오자 시장에서는 우려와 기대의 시선이 교차하고 있다. 개발 중인 신약에 대한 기대감으로 에이치엘비의 주가는 재작년 하반기부터 큰 폭으로 오른 상태다.

에이치엘비는 27일 장 마감 후 공시를 통해 진 회장이 일신상의 이유로 대표이사를 사임함에 따라 김하용·김성철 각자대표 체제로 변경했다고 밝혔다.

온라인 커뮤니티 상에서는 사퇴의 진의를 파악하려는 투자자들의 논쟁이 뜨겁다. 회사 측은 이를 의식한 듯 이날 밤 10시가 넘은 시간에 홈페이지를 통해 대표이사 변경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10여년에 걸친 노력의 결과들을 앞두고 있는 만큼 결과가 기대에 부응한다면 세계시장에 본격 진출하기 때문에 새로운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설명이다.

진 회장은 “앞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펼쳐질 경쟁을 고려하면 신약개발 전문가로서 본 프로젝트를 처음부터 총괄해 온 김성철 박사가 HLB의 대표이사 자격으로 회사를 이끄는 것이 기업가치를 위해 훨씬 나을 것이라는 판단을 했다”고 밝혔다.

다만 1년여 전 사업 확장을 위해 경영 일선에 나서겠다며 대표이사직에 오른 진 회장이 갑작스럽게 사퇴하자 시장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번에 새롭게 각자 대표에 오른 2명은 지난해 말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을 행사해 주식을 받은 뒤 잇따라 처분해 수백억원대의 차익을 올린 바 있다.

이같은 우려를 반영하듯 발표 직후 에이치엘비 주가는 시간외 거래에서 5.8% 급락했다. 특히 회사가 개발 중인 신약 리보세라닙의 간암 글로벌 임상 시작이 기대되는 시점인 만큼 투자자들이 회사 측의 모든 변화에 높은 관심을 보이는 모습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책임경영을 하겠다며 야심차게 1년 9개월 전 대표이사를 맡았다가 돌연 사임한 배경에 투자자들의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진 회장은 지난 2017년 6월 대표이사직에 오르며 바이오 사업의 성과가 구체화되는 만큼 최대주주의 책임경영을 통해 시장의 신뢰도를 높이겠다며 경영 일선에 나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회사를 인수한 지 9년 만에 직접 대표이사를 맡은 것이다.

진 회장은 기업 컨설턴트로 활동하다가 2007년부터 본격적으로 인수합병(M&A) 사업가로 변신한 인물이다. 지난 2008년 구명정을 제조하던 에이치엘비(구 이노GDN)를 자회사로 인수하면서 바이오 사업에 뛰어들었다. 당시 에이치엘비는 자회사인 라이프리버가 인공 간 연구자금을 확보하지 못해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었지만 진 회장이 인수한 후 표적항암제 신약 개발사업에 적극 투자해왔다.

토러스투자증권에 따르면 에이치엘비는 현재 리보세라닙의 간암 글로벌 임상 시작이 기대되는 시점이다. 오병용 토러스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항서제약과 함께 캄렐리주맙·리보세라닙 병용요법을 간암 1차 치료제로 개발하고 있으며, 현재 임상을 3상부터 진행하기 위해 FDA와 협의 중이고 곧 결론이 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진 회장 및 특수관계인의 에이치엘비 지분율은 16.27%(619만3242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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