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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희의 이게머니]기대인플레이션으로 본 기준금리 고점은

최정희 기자I 2021.12.20 15:26:56

기대인플레 2.7%, 올들어 +0.9%P…10년래 최대폭
전문가 5년 후 기대인플레는 1.8%로 하향 안정세
"우리나라 기준금리 연 1.25~1.50%가 고점될 것"
연준 긴축 지속 땐 내후년 한미 금리 역전될 수도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기대인플레이션이 앞으로 기준금리 인상을 좌우할 주요 키워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6일 물가안정목표 점검 및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50여분 동안 기대인플레이션을 10차례 씩이나 언급했다. 국제유가 등 공급 측 물가 충격이 기대인플레이션을 자극해 물가 상승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를 금리 인상으로 다스릴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취지다. 현 금리 인상 사이클에서 금리 고점을 결정할 주요 요인도 기대인플레이션이 될 전망이다.

일반인도, 전문가도 1년 후 기대인플레 들썩

한은에 따르면 일반인이 예상한 1년 후 물가 상승률을 보여주는 기대인플레이션은 작년 말까지만 해도 1.8%에 그쳤으나 11월 2.7%로 연초 이후 0.9%포인트나 급등했다. 기대인플레이션은 2018년 8월(2.7%) 이후 최고로, 그리 높은 수준은 아니지만 기대인플레이션 상승폭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0%를 기록했던 2011년(0.9%포인트 상승) 이후 10년 만에 최대다.

기대인플레이션은 전국 2500가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해 중간값을 기준으로 계산하는데 7월까지만 해도 물가 상승률이 1~2%일 것이란 비중이 28.3%로 가장 많았으나 11월엔 이 비중은 20.5%로 줄었고 2~3%가 될 것이란 응답이 29.6%로 가장 많았다.

증권사 애널리스트 등 전문가 대상 1년 후 기대인플레이션은 12월 2.0%로 연초 이후 0.9%포인트 상승했다. 농축수산물, 휘발유, 외식비, 개인서비스 등 체감물가를 더 직접적으로 느끼는 일반인 기대인플레이션이 전문가 기대인플레이션보다 더 높게 나타나지만 상승폭은 유사한 흐름을 보였다.

*물가상승률과 일반인 기대인플레이션은 12월 수치 아직 나오지 않음 (출처: 한국은행, 통계청)


그나마 다행인 점은 1년 후인 단기 기대인플레이션은 가파른 속도로 상승하고 있지만 5년 후인 중기 인플레이션은 안정된 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의 5년 후 기대인플레이션은 7, 8, 9월 1.9%를 기록하다 10, 11, 12월 1.8%로 하향 안정됐다. 물가상승률이 연간 1.5%를 기록했던 2018년 당시 전문가의 5년 후 기대인플레이션은 2.0~2.2%였는데 그 때보다도 낮은 수치다. 한은 관계자는 “일반인의 1년 후와 5년 후 기대인플레이션은 최근 들어 비슷한 수준으로 올라서고 있지만 5년 후 인플레이션은 조사 기간 자체가 길지 않아 신빙성이 떨어져 통계적으로 활용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은 일반인이 예측한 단기, 중기 기대인플레이션을 통계적으로 활용하고 있는데 미시건대 조사에 따르면 일반인의 1년 후 기대인플레이션은 4.8%로 연초 이후 2.3%포인트 급등했다. 5년 후 기대인플레이션은 3.0%로 0.5%포인트 상승했다. 1년 후, 5년 후 기대인플레이션이 작년 말까지만 해도 2.5%로 같았는데 단기 기대인플레이션이 훨씬 더 가파르게 상승한 것이다.

중기 기대인플레 하향 안정…금리 고점 그리 높지 않다

기대인플레이션이 빠르게 급등하며 물가 상승을 자극하는 상황은 중앙은행으로선 돈줄을 죌 수밖에 없음을 뜻한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16일 기자간담회에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비롯한 주요국 중앙은행과 많은 경제 전문가들은 더 이상 인플레이션을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기 어렵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는 내년 3월 금리 인상을 할 수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인플레이션이 언제까지 지속될까.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최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직후 기자회견에서 “내년 말에는 물가가 하향 안정될 것”이라고 했다. 한은은 내년 하반기 물가 상승률을 1.8%로 전망, 목표치(2.0%)를 하회할 것으로 예측했지만 상방 리스크가 더 큰 상황임을 밝혔다.

2%가 넘는 물가 상승세가 내년 하반기에도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내년 경기 회복세가 올해보다 둔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금리 인상 고점이 그리 높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다수는 내년 말까지 우리나라 기준금리가 연 1.50%가 될 것으로 예측하지만 일부는 고점이 연 1.25%에 그칠 가능성을 제기한다. 박정우 노무라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내년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을 2.1%, 물가 상승률을 1.9%로 전망하면서 “내년 1월 금리를 올리고 난 뒤 금리 인상은 상당 기간 중단되거나 끝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우리나라의 금리 인상이 조만간 멈추고 미국은 점도표대로 2024년 말까지 총 8차례 인상, 정책금리를 연 1.75~2.00%까지 올릴 경우 내후년부턴 한미 금리가 역전돼 자본 유출에 대한 우려가 커질 수 있다.

한미 금리 역전은 2018~2019년에도 경험한 바 있다. 2019년엔 우리 성장세가 약해짐에 따라 기준금리를 내려 한미 금리 역전폭이 1.00%포인트에 달한 적도 있다. 이는 기준금리 결정이 한미 금리 역전 그 자체보다 경기, 물가 상황에 더 크게 좌우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한은이 전망하는 2023년 성장률과 물가 상승률은 아직까진 각각 2.5%, 1.7%에 불과해 금리 인상 속도를 높일 유인은 크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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