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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기 더 팔린다"…월가 전망에 분위기 반전…아이폰 부품株 ‘훈풍’

박순엽 기자I 2024.06.12 17:08:55

‘아이폰 카메라 모듈 공급’ LG이노텍 9% 상승
아이티엠반도체·비에이치 등 관련 부품株 수혜
월가 “‘애플 인텔리전스’로 기기 교체 수요 증가”
국내 아이폰 부품 공급 기업 실적 상향 가능성↑

[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애플이 자체 기기에 탑재될 인공지능(AI) 기능을 공개한 뒤 ‘애플 아이폰’ 밸류체인(가치사슬)에 포함한 기업들에 뒤늦은 훈풍이 불고 있다. 새로운 AI 전략인 ‘애플 인텔리전스’와 관련, 혁신이 없고 시장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다는 실망감에 주가가 내린 지 하루 만의 반전이다. 시장의 기대는 충족하지 못했지만, 사용자 편의를 높이는데 초점을 맞춘 애플의 AI 기능 탑재가 향후 아이폰과 아이패드 등 기기 교체 수요를 확대하리라는 전망이 제기되자 애플의 주가가 뛰었고, 이에 따라 국내 관련 부품주 역시 동반 상승했다는 평가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12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국내 대표 아이폰 부품 관련 대표 종목으로 불리는 LG이노텍(011070)은 전 거래일 대비 2만1500원(9.37%) 오른 25만1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 애플의 새로운 AI 전략 공개에는 5.56% 하락했던 주가가 하루 지나 크게 반등했다. LG이노텍은 애플에 아이폰 카메라 모듈을 공급하며 아이폰 관련 매출액이 전체의 80% 이상을 차지한다.

이와 함께 아이티엠반도체(084850)(12.22%)와 비에이치(090460)(7.23%), 자화전자(033240)(2.06%) 등의 주가 오름세도 가팔랐다. 아이티엠반도체는 애플에 배터리 보호회로를, 비에이치와 자화전자는 각각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 연성회로기판(FPCB), 손떨림방지장치(OIS) 부품을 각각 공급한다.

지난 10일(현지 시각) 열린 연례 ‘세계개발자회의(WWDC) 2024’에서 자체 AI 시스템 애플 인텔리전스를 공개하고 애플의 당일 주가가 1.9% 하락하며 국내 부품주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발표 다음날인 11일 애플의 주가가 전 거래일 대비 7.26% 상승 마감하며 시장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증권가에서는 미국 월가가 애플 인텔리전스에 대한 평가를 낙관적으로 바꾼 데 따른 영향으로 보고 있다. 애초 인텔리전스의 내용만 보고는 새로운 기술이나 혁신이 없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지만, 시간이 지나며 AI 기능 탑재가 아이폰 수요를 확대하고 기기 판매를 늘릴 수 있다는 판단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애플은 애플 인텔리전스가 포함된 운영체제 iOS 18·아이패드OS 18의 영어 베타 버전을 오는 7월 출시할 예정인데, iOS 17이 제공됐던 모든 기기에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해당 운영체제를 사용할 수 있다. 다만, 일부 AI 기능은 최신 모델 칩이 장착된 아이폰 15 프로 이상의 제품에서만 작동한다. 이를 고려하면 애플 인텔리전스를 이용하기 위해 최신 버전의 아이폰 또는 아이패드를 구매하려는 수요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미국 투자은행 에버코어 ISI의 아밋 다르야나니 애널리스트는 “애플은 AI 칩에 수조원을 쓰지 않고도 생성형 AI를 제공할 능력을 보였다”며 “최신 기기에만 AI 기능을 쓸 수 있도록 해 ‘아이폰 슈퍼 사이클’을 부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모건스탠리와 뱅크오브아메리카(BoA)도 애플의 이번 발표가 AI를 이용할 수 있는 기기로의 변경 주기를 앞당기리라고 전망했다.

이 같은 애플의 AI 기능 공개에 국내 아이폰 관련 부품 공급 기업의 실적 개선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애플의 첫 AI 서비스 제공으로 아이폰 16 신규·교체 수요 증가가 예상되는 동시에 프리미엄 모델(프로·프로맥스) 비중을 확대하는 전략을 강화하리라고 전망되면서 관련 기업의 매출과 이익 역시 증가세를 나타내리라는 전망이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생성형 AI 서비스 제공으로 올해 9월 출시 예정인 아이폰 16의 판매 증가가 예상된다”며 “지난해 9월 출시한 아이폰 15 초기 생산과 비슷하나 판매량은 아이폰 15를 웃돌 가능성이 큰 만큼 애플에 부품을 공급하는 LG이노텍, 비에이치, 자화전자의 올해 하반기 또는 내년 상반기 실적 상향 가능성에 초점을 둔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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