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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학교 ‘채용비리’ 여전히 기승…최근 5년간 적발 건수 ‘240건’

김의진 기자I 2021.11.16 16:22:25

웅동학원 비리처럼 채용 대가로 금품 요구 사례가 가장 많아
시험 답안지 바꿔치기, 부실한 선발 절차 운영 등 가지가지
끊이지 않는 사학 채용 비리 근절코자 내년부터 ‘사학법’ 개정
교육청, 사립 교원 채용 1차 필기 주관…경기도는 2차 면접까지

경남 창원시 진해구 웅동중학교의 모습. 이 학교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가족이 운영하는 학교법인 웅동학원 소유의 사립 중학교다. (사진=뉴시스)
[이데일리 김의진 기자] 지난 2017년 강원도 소재의 한 고등학교 교원 채용에 지원했다가 탈락한 이모씨는 최근 망연자실함을 감추지 못했다. 자신이 응시했던 교원 선발 과정에서 채용 비리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이 학교의 A이사는 자신의 사위 B씨를 국어 교사로 임용하기 위해 채용 과정에 압력을 가한 것으로 교육부 감사 결과 드러났다. 당시 채점을 담당한 C감독관은 B씨가 A이사의 사위라는 사실을 알고, B씨에게만 규정에도 없는 기간제 교사 경력 가산점 10점을 부여했다. 결국 B씨만 교사로 선발됐고, 나머지 지원자 5명은 모두 불합격 처리됐다.

사립학교의 고질적인 채용 비리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부정 채용자들에 대한 솜방망이 징계와 사립학교의 선발 재량권 독점이 원인으로 꼽힌다. 내년 2월부터 개정 ‘사립학교법’이 시행되면서 사립학교 교원 채용 시 1차 필기시험을 교육청이 주관할 수 있게 된다. 선량한 예비교사들의 공정한 임용 기회를 보장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이 최근 국회 교육위원회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교원 채용 비리 적발 현황에 따르면 지난 5년간(2016~2020년) 사립학교의 교원 부정 채용건수는 모두 240건으로 연평균 48건씩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적발된 사례를 보면 교원 채용 대가로 금품을 요구하거나, 뒷돈을 받고 임용 과정에 가담한 경우가 42건으로 가장 많았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동생이 연루된 웅동학원 채용 비리 혐의가 대표적이다. 조 전 장관의 동생이 웅동학원 사무국장으로 있으면서 뒷돈을 받고 지원자에게 시험지를 빼돌렸다는 혐의로, 2심까지 유죄가 선고된 상태다.

시험 응시자의 답안지를 바꿔치기한 사례도 30건에 달한다. 특정 지원자에게 유리하도록 채용 기준을 바꾸거나 선발 절차를 부실하게 운영한 사례도 최근 5년간 빈번하게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채용 비리가 끊이지 않는 건 교육 당국의 처분이 솜방망이 징계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최근 5년간 채용 비리로 적발된 240건 가운데 파면·정직 등 중징계에 해당하는 처분은 단 27건(11.2%)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대부분 비교적 가벼운 행정조치로 마무리됐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교단에 서기 위해 성실하게 실력을 쌓기보단 소위 든든한 ‘빽’만 있으면 된다는 청년들의 이야기는 씁쓸한 요즘 현실을 대변한다”며 “그간 관행이라 여겼던 불공정 채용에 대해서는 강력한 처분을 통해 근절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사립학교가 선발 재량권을 독점하고 있는 점도 채용 비리의 원인으로 꼽힌다. 현재 사립학교의 교원 채용은 교육 당국의 관여 없이 학교 자체적으로 실시되고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채용 절차가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는 탓에 뒷돈이 오가거나, 친인척 위주의 채용이 이뤄지는 일들이 만연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립학교가 선발 재량권을 독점하면서 채용 절차가 불투명하다는 점도 비리의 원인으로 꼽힌다.

이에 따라 최근 관할 교육청이 채용에 직접 관여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의 경우 교육청으로선 처음으로 내년부터 사립학교 교원 채용 전 과정을 직접 관리할 예정이다. 개정 ‘사립학교법’이 내년 2월부터 적용됨에 따라 전국 모든 교육청은 사립학교 채용 1차 필기시험을 주관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 상태다.

송기창 숙명여대 교육학과 교수는 “교육 당국이 1차 검증을 주관하면 과거보다 부정 채용은 크게 줄어들 것”이라면서 “다만 전체 사립학교의 인사권을 일시에 위탁하기 보단 비리 문제가 불거졌던 학교에 먼저 도입하고 이때 발생하는 문제점을 절충하며 단계적으로 적용 대상을 확대하는 편이 현장에서의 충격을 완화하는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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