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사회가 인종차별과 경찰의 공권력 남용문제를 놓고 다시 들끓기 시작했다. 사법당국이 흑인을 체포하는 과정에서 목 졸라 숨지게 한 백인 경관을 기소하지 않기로 하면서다. 뉴욕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뿌리 깊은 차별과 경찰의 과잉대응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스태튼아일랜드 대배심은 3일(현지 시간) 지난 7월 17일 흑인 에릭 가너(43)를 담배 밀매 혐의로 체포하다가 ’목조르기‘(chokehold)를 해 숨지게 한 백인 경찰 대니얼 판탈레오를 기소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대배심은 지난 8주간 사건 당시 동영상을 분석하고, 경찰을 비롯한 관계자의 증언을 청취한 뒤 표결에 붙였고 결국 불기소로 결론을 내렸다.
대배심은 23명의 지역 주민으로 이뤄졌다. 백인이 14명, 흑인이 9명으로 구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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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너가 무장하지도 않은 상태였고, 뉴욕 경찰은 목 조르기 체포기법을 금지하고 있어 경찰의 과잉대응이란 지적이 거셌다. 하지만, 뉴욕 경찰 측은 정당한 공권력 집행이라고 맞서왔다.
경찰의 손을 들어준 이번 결정은 세인트루이스 카운티 대배심이 퍼거슨시에서 비무장한 흑인 청년을 총으로 쏴 숨지게 한 백인경찰을 기소하지 않기로 한 이후 열흘 만에 나와 미국 내 인종갈등과 사법체계를 개혁한다는 목소리가 더 확산할 전망이다.
당장 이날 저녁 뉴욕 맨해튼 도심 곳곳에서 시위가 벌어졌다. 삼삼오오 모인 시민들은 경찰의 과잉대응을 규탄했다. 뉴욕의 중심가인 록펠러센터의 크리스마스 트리 점등 행사 근처에 집결한 시민은 타임스퀘어나 유니언스퀘어 쪽으로 이동하며 가두 행진을 펼쳤다. 맨해튼에서 시위를 벌이던 참가자들 30명이 체포됐다고 NBC방송은 전했다.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은 ”평화로운 시위만이 가너의 죽음을 영예롭게 할 수 있다면서 자제를 촉구했고, 가너의 유족은 이날 저녁 기자회견을 열고 대배심의 불기소 결정에 실망했다고 밝히면서도 비폭력 시위를 호소했다.
판탈레오 경관은 이날 앞서 “누군가를 해치려는 의도는 없었다”며 “가너와 가족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