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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난 덕에 미분양 턴 건설사들 실적 '청신호'

양희동 기자I 2014.07.03 17:58:03
[이데일리 양희동 임현영 기자] 서울 강서구 등촌동에 사는 유모(37)씨는 지난 5월 경기 김포시 풍무지구의 전용면적 84㎡형 미분양 아파트를 계약했다. 현재 같은 면적의 3억원짜리 전세 아파트에 살고 있는 유씨는 올해 초 수도권 집값 상승세와 지난 3월 김포도시철도 착공 등을 보고 내 집 마련을 결심하게 됐다. 유씨는 “서울·수도권 전셋값이 계속 오르는 상황에서 김포지역 미분양 아파트의 가격 할인 폭이 커 최소한 집값이 더 떨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정부의 ‘2·26 주택 임대차시장 선진화 방안’ 발표 이후 서울·수도권 아파트 매매시장이 관망세로 돌아서면서 거래량과 집값 모두 넉달 가까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올 봄 활기를 띠던 분양시장도 6·4 지방선거와 브라질 월드컵, 여름 비수기 등이 겹치면서 지난달 이후 주춤거리는 모습이다. 반면 다양한 할인 혜택과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실수요자들을 공략한 수도권 미분양 물량은 전세난에 힘입어 완판을 눈앞에 두고 있다. 유동성 악화의 주범으로 지목됐던 미분양을 해소한 건설사들은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늘어나 향후 실적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전세난에 지친 실수요자들이 다양한 할인 혜택 등으로 가격 경쟁력을 지닌 수도권 미분양 물량으로 눈길을 돌리면서 미분양에 발목이 잡혀있던 건설사들의 경영 실적이 빠른 속도로 개선되고 있다. 미분양 적체가 심했던 경기 김포시 풍무지구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제공:한화건설>
◇김포 풍무지구 미분양 해소…대우건설, 흑자로 전환

2일 경기도에 따르면 지난달 초 기준 경기지역 미분양 아파트 물량은 총 1만9362가구로 올해 초(2만4760가구) 대비 21.8% 줄었다. 특히 미분양 적체가 심했던 김포 풍무지구와 고양 삼송·식사지구, 수원 권선지구 등에서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이들 지역은 지난해 실적 악화로 어려움을 겪은 일부 대형 건설사의 미분양 물량이 집중된 곳이라 이들 회사의 자금 흐름에 숨통을 터주고 있다.

시공능력평가액 기준 업계 3위인 대우건설(047040)이 지난해 6월 동부건설과 함께 김포시 풍무동 풍무2지구에 분양한 ‘김포 풍무 푸르지오센트레빌’ 아파트(전용 59~112㎡ 2712가구)는 청약 당시 평균 경쟁률이 0.85대 1에 불과했던 곳이다. 올해 1월 초까지도 미분양 물량이 전체 가구의 71.4%(1936가구)에 달했다. 하지만 2월 이후 매달 약 400가구 정도가 팔려나가면서 지난달 초 기준 계약률이 98%를 넘어섰다. 주목할 점은 정부의 전·월세 과세 방침 발표 이전인 2월 계약 건수(429건)보다 이후인 3월 계약 건수(818가구)가 두 배에 이른다는 것이다.

풍무동 우성공인 관계자는 “서울지역 전셋값 상승세가 계속되면서 가격이 저렴하고 김포공항 및 여의도와 가까운 풍무지구 미분양 아파트에 대한 매입 문의가 끊이지 않는다”며 “미분양 물량을 계약하는 실수요자들에게는 전·월세 과세 방침이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풍무지구 미분양 해소의 영향으로 대우건설은 지난해 4분기 5783억원의 대규모 적자에서 올해 1분기(영업이익 1195억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GS건설·현대산업개발, ‘준공 후 미분양’ 짐 덜고 다시 비상하나

지난해 해외사업 부진으로 실적이 악화된 업계 6위 GS건설(006360)과 주택사업이 난항을 겪은 업계 9위 현대산업(012630)개발도 올해 경영 실적 개선에 청신호가 켜졌다. 최근 들어 고양과 수원지역 등지에 쌓여 있던 미분양 물량이 대부분 소진된 때문이다.

GS건설은 약 5000가구 규모 미니 신도시급 단지인 고양 식사지구 ‘일산자이 1·2·4단지’의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을 거의 털어냈다. 2010년 하반기 입주한 일산자이는 전체 물량의 95%가량이 전용 85㎡ 초과 중대형으로 이뤄져 분양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그러나 집값의 30%정도만 내고 2년간 살아본 뒤 계약하는 ‘애프터 리빙제’등 파격 혜택을 적용하면서 현재는 10여가구를 빼고 계약을 모두 끝낸 상태다.

지난해 1조원대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던 GS건설은 올해 1분기 영업손실을 183억원까지 줄였다. GS건설 관계자는 “미분양 물량을 대부분 정리해 주택사업에서 큰 짐을 덜게 됐다”며 “올해 들어 잇따른 수주로 해외사업 실적이 상승세를 타고 있는 만큼 하반기엔 흑자 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산업개발은 지난해 고양 삼송지구와 수원 권선지구에 공급했던 약 2000가구 이상의 물량을 최근 완판했다. 지난해 7월 분양했던 ‘삼송2차 아이파크’ 아파트(전용 74~84㎡ 1066가구)의 경우 올해 초까지 60%가량인 636가구가 미분양으로 남아 있었다. 그러나 2월 이후 무섭게 팔려나가면서 불과 3개월만에 100% 계약을 마친 것이다. 또 지난해 9월 수원시 권선동에 분양한 ‘수원 아이파크시티 3차’(전용 59~101㎡ 1152가구) 역시 지난 1월까지 61.8%(712가구)가 미분양으로 남았지만, 넉달만에 모든 물량이 동이 났다.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현대산업개발은 올해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2.8%늘어난 9639억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도 191억원(순이익 65억원)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김현아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건설경제연구실장은 “올해 상반기 건설사들이 전세난에 힘입어 수도권 미분양 물량을 대거 털어낸 것은 향후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다만 준공 후 미분양의 경우 상당수가 전세 임대 형태으로 계약이 이뤄져 2년 뒤 매매 전환이 얼마나 이뤄질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분양해 청약 성적이 부진했던 주요 수도권 대단지의 올해 1월초~6월초 미분양 물량 변화 추이. <자료:경기도·단위: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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