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美 금리 인상 올해 물 건너가나

신정은 기자I 2015.10.12 16:38:07

연준 2인자 "연내 인상 약속한적 없어"
10월 인상 확률 두 달만에 `48.4%→10%`
도이체방크·BNP파리바 등 내년 3월로 전망치 수정

스탠리 피셔 미 연방준비제도 부의장 (사진=AFPBBnews)
[이데일리 신정은 기자] 미국이 금리인상이 내년 이후에나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점차 힘을 얻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지난 9월 중국의 경기 둔화와 신흥국 위기,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 등 글로벌 악재로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연준은 이후 연내 금리인상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금리인상을 가로막은 여건이 앞으로 한 두 달 사이에 개선될 것으로 보기 어렵다.

게다가 이달 초에 나온 미국 비(非)농업부문 고용지표는 예상보다 저조한 수준이어서 미국 경제가 소프트패치(soft patch·경기 회복기의 일시적 경기둔화)에 빠진 것이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 피셔 연준 부의장 “연내 금리인상 약속 아니다”

연준의 금리인상이 내년으로 미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은 연준 2인자 입에서도 확인됐다. 스탠리 피셔(사진) 연준 부의장은 11일(현지시간) 페루 수도 리마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 세미나에 참석해 미국의 연내 금리인상 가능성을 열어놓으면서도 “이는 예상일뿐 약속은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피셔 부의장은 또 “첫 번째 금리인상 시기와 뒤이은 연방 기준금리 목표 조정은 향후 경제 발전 상황에 따라 움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피셔 부의장의 이러한 발언은 세계 경기 부진으로 완만하게 확장해온 미국 경제가 부정적 영향을 받을 경우 연내 금리인상 예상이 바뀔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그는 또 세계 경제성장 둔화에 따른 수출부진, 저유가에 따른 투자감소, 일자리 증가 둔화 등으로 ‘상당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금리인상의 전제조건으로 설정된 2% 물가상승률에 대해 피셔 부의장은 저유가와 강달러 여파로 ‘2% 목표치’보다 훨씬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진단했다.

연준은 지난 2008년 12월부터 0~0.25%의 ‘제로(0)’ 금리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 이달 금리인상 확률 10%…12월도 35.6% 머물러

미국의 금리인상 시기가 내년으로 미뤄질 것이라는 전망은 지난달 고용보고서가 나온 이후 급격히 확산되고 있다. 특히 선물시장에서는 10월 금리 인상 가능성을 아예 배제하고 있는 양상이다.

12일 블룸버그가 집계하는 미국 연방기금(FF)금리 선물지수에 따르면 10월 금리 인상 확률은 10%에 불과하다. 비록 2개월 전만 해도 이 수치는 48.4%에 달했다. 12월 인상 확률 역시 4개월 전 42.9%까지 치솟았지만 지금은 35.6%에 머물고 있다. 내년 1월 금리 인상 가능성은 그나마 높은 39.2%다.

이같은 전망에 부채질을 한 것은 지난 2일 발표된 미국 고용지표다. 미 노동부는 9월 비농업부문 취업자 수가 14만2000명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월가 예상치 20만3000명에 크게 못미치는 수치다.

노동부는 7월와 8월 취업자수도 하향 조정했다. 전체적으로 고용 시장이 불안해졌다는 평가다. 연준이 지난달 FOMC에서 완전 고용 범위를 하향 조정한 터라 고용시장은 현재보다 개선되야할 여지가 더 커졌다.

FF 선물지수를 봐도 10월 인상 가능성이 한 달 전에는 35%에서 지난주 고용보고서 발표 이후 10%로 급격히 주저앉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에 따라 글로벌 금융기관들도 다소 조심스러운 모습이다. 도이체방크와 BNP파리바 등은 미국 금리인상 시기 전망치를 기존의 12월에서 내년 3월로 수정했다.

골드만삭스는 여전히 12월 금리인상을 고수하고 있지만 지난주 얀 하치우스 골드만삭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고객에게 보내는 메모에서 최근 발표된 미국 산업생산과 고용 지표 부진으로 인상 시기가 “2016년 혹은 더 뒤로 밀려날 가능성도 있다”고 평가했다.

◇연준의 ‘이중책무’ 패러다임 깨졌다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준은 물가 안정과 완전고용이라는 ‘이중책무’(dual mandate)를 추구한다. 이는 미국 법률상 명문화된 목표다. 이에 따라 미국의 금리정책을 결정할 때 다른 나라의 경제상황을 크게 고려하지 않는 게 관례다.

그러나 한 국가의 경제상황이 다른 국가에도 영향을 미치는 커플링(동조화)이 일상화된 국제경제의 최근 추세를 감안하면 연준의 정책목표는 바뀔 수 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특히 글로벌 금융시장이 미치는 파장을 감안할 때 금융안정이 연준의 세번째 책무가 된 셈이다.

이와 관련해 보스턴 연방준비은행의 에릭 로젠그렌 총재와 이 은행 소속 다른 두 명의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발표한 논문은 주목할 만 하다. 1982년부터 2009년까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녹취록을 검토한 결과 ‘붕괴’(bust)나 ‘위기’(crisis), ‘변동성’(volatility) 같은 표현들이 역대 FOMC 녹취록에서 각각 500번 넘게 등장해 FOMC 위원들이 통화정책 논의 중에 금융불안 우려를 제기하는 데 상당한 시간을 쓴 것으로 나타났다. 논문은 또 FOMC 위원들의 금융안정에 대한 관심이 통화정책 결정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진단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