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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과 고용노동부는 24일 사회관계장관회의에서 이러한 내용의 기능경기대회 운영 개선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기능경기대회(기능대회)는 1966년 출범한 뒤 지난해까지 총 35만9000여명이 참가, 약 7만8000명의 입상자를 배출했다. 이들은 국제기능올림픽에 출전, 국가 산업발전에 기여해왔다. 하지만 기능대회 입상을 둘러싼 과도한 경쟁이 학생 학습권·건강권을 침해한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실제로 지난 4월에는 지방 기능대회 준비를 위해 합숙 중이었던 경북 경주시 신라공고 이준서 학생이 자살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군의 극단적 선택 배경에는 직업계고 기능반의 폐쇄적 훈련과 메달경쟁이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된 상태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과 특성화고권리연합회 등으로 구성된 진상조사단은 이군이 지난 1월 말 기능반을 그만두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이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극단적 선택에 내몰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능대회 준비생 자살…동아리로 전환
정부는 기능대회 개선방안을 통해 기능대회의 과도한 경쟁을 차단하기로 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최근 발생한 학생 자살 사건과 함께 과잉경쟁, 직종의 산업현장성 부족, 입상자 취업 저조 등 기능대회를 둘러싼 논란이 제기되면서 이번 개선방안을 마련하게 됐다”고 했다.
이에 따라 논란이 된 직업계고 기능반은 앞으로 전공심화 동아리 형태로 운영된다. 기능대회를 준비하는 학생이라도 밤 10시 이후의 교육은 금지된다. 지도교사는 학생들에게 휴식을 보장해야 하며 휴일 교육도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
기능대회 준비를 위한 합숙교육도 금지된다. 이군과 같은 극단적 선택을 막기 위해 동아리의 자율적 가입·탈퇴가 보장된다. 기능대회 출전을 준비하는 학생도 향후에는 정규수업에 모두 참여, 정해진 교육과정을 이수해야 한다. 또 기능대회 준비생들에 대한 정기·수시 상담을 실시, 심리적 방역을 강화하기로 했다.
◇전국기능대회 참가자격도 완화
개선안에는 기능대회 입상을 둘러싼 과도한 경쟁을 차단하기 위한 방안도 담겼다. 전국대회 경쟁과열 요소로 지목되는 시도별 종합순위 발표는 폐지하고 전국대회 참가자격도 확대하기로 했다. 지금까지는 지방대회 1~3위 입상자에 한해서만 전국대회 참가자격이 주어졌다면 앞으로는 지방대회 우수상 입상자(종목별 1~4명)까지 전국대회에 참가할 수 있게 된다.
기능대회에 출제되는 과제는 문제은행 방식으로 바뀐다. 종목별로 20개 내외의 과제 안에서 2년 단위로 문제를 공개, 과도한 경쟁구도를 완화하겠다는 것. 국가대표 선발 평가전도 준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전국대회와의 통합을 추진한다. 선발전을 따로 열지 않고 전국대회만으로 국가대표를 뽑겠다는 의미다. 지방대회나 전국대회를 모두 방학 중에 개최, 학생 부담을 완화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교육부 관계자는 “2년 단위로 문제를 사전 공개함으로써 특정 과제에 대한 반복 훈련을 지양하고 학생들의 창의력·현장적응력을 높일 것”이라고 했다.
◇기능대회 종목엔 신산업 분야 신설
기능대회 종목에 신산업 분야를 신설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예컨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주목받는 사물인터넷(IoT), 사이버보안, 드론 등의 종목을 새로 만들어 산업현장성을 높이겠다는 것. 교육부 관계자는 “기능대회 50개 직종의 취업가능성·산업현장성 등을 평가, 향후 신산업 분야를 신설하고 사양 직종 폐지를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학교 밖에서도 기능대회 준비를 할 수 있도록 숙련기술진흥원 신설도 검토하기로 했다. 현재는 한국산업인력공단 산하 글로벌숙련기술진흥원 한 곳만 운영 중이지만 기능대회 지원 기능을 갖춘 진흥원을 추가 설립하겠다는 것. 정부는 기능대회를 아예 없애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학생·학부모·교사 등 교육계 의견수렴 결과 폐지보다는 개선하는 쪽이 낫다고 판단했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무엇보다도 학생들의 학습권과 건강권을 보장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학생의 자발적 참여가 전제된 가운데 학교교육과 연계해 학생들이 균형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