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와 기아가 나란히 지난달 전기차 판매가 줄면서 지난 8월 시행된 IRA 여파가 시작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IRA는 미국에서 생산하거나 배터리 부품과 그 원재료를 미국이나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나라에서 일정 부분 조달해야 전기차 보조금을 지급하는 법안이다. IRA 법안을 통해 지급되는 전기차 보조금은 7500달러(약 1075만원)에 달한다. IRA는 지난 8월 16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서명 후 곧바로 시행됐다.
문제는 미국에서 판매 중인 아이오닉5와 EV6 등은 한국에서 전량 생산한 뒤 수출하고 있어 IRA의 지원을 받지 못한다는 점이다. 현대차는 전기차 현지 생산을 위해 미국 조지아주 서배너에 공장을 건립 중이지만, 2025년에야 완공되는 탓에 그전에는 IRA 혜택을 받기 어렵다. 특히 바이든 정부가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IRA를 주요 입법 성과로 부각하면서, 미국 소비자들은 혜택에서 제외되는 현대차와 기아 전기차 선택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향후에도 미국 전기차 판매에 지장을 줄 수 있는 대목이다.
반면, 업계에서는 현대차와 기아의 전기차 판매 감소가 IRA 영향보다는 ‘페이드 아웃’(Fade-out) 현상에 기인했다는 반론도 내놨다. 페이드 아웃 현상이란 출시된 신차 판매가 정점을 찍은 뒤 시간이 지나 판매량이 감소하는 현상을 말한다.
업계 관계자는 “IRA 영향이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법안 시행 후 바로 효과가 나타나기보다는 연말 또는 내년 초부터 본격적으로 발생하는 게 일반적으로 보인다”며 “현대차와 기아의 반도체 수급량 등 부품 수급난에 아직 유동적인 부분이 있다는 점도 전기차 판매량 감소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친환경차와 내연기간을 합한 현대차와 기아의 지난달 미국 판매량은 12만 642대로 전년 동기 대비 8.1%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현대차는 6만 4372대로 9.7% 증가했고, 기아는 5만 6270대로 6.4%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