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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하이브에 대처하는 큰손들의 자세[마켓인]

송재민 기자I 2024.05.13 18:52:20

넷마블 지분 매각…추가 매각 가능성 존재
국민연금·두나무 등 대주주 움직임에 시선
국민연금과 대립 수차례…경영 개입 가능성
하이브 19만원대로 털썩…두나무도 손해 난감

서울시 용산구 하이브 사옥 전경.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마켓in 송재민 기자] 하이브(352820)와 민희진 어도어 대표간 경영권 갈등이 번져가는 가운데 2대주주 넷마블이 하이브 지분을 재차 매각하면서 나머지 대주주 향방에 관심이 모인다. 최근 하이브의 주가 부진에도 재무적투자자(FI)들은 큰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지만, 이번 넷마블의 지분 매각으로 파장이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13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하이브(352820) 2대주주 넷마블(251270)이 지분 110만주(약 2.6%)를 2199억원에 매각했다. 이에 따라 넷마블이 보유한 하이브의 지분은 기존 12.08%에서 9.44%로 줄어들었다. 여전히 방시혁 하이브 의장(31.57%) 다음으로 2대주주 지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3대주주 국민연금공단(8.21%)과 1.23%포인트밖에 차이가 나지 않을 정도로 지분이 줄었다.

넷마블은 이번 지분 매각은 재무건전성 개선을 위한 유동성 공급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넷마블은 2년 연속 영업이익 적자를 기록하고 있고, 지난해 기준 단기차입금이 1조3000억원에 달한다. 지난 2021년 홍콩의 소셜카지노 게임회사 스핀엑스를 인수한 뒤 단기차입금 규모도 크게 늘어 재무구조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 넷마블은 지난해 11월에도 하이브 주식 250만주를 시간외대량매매(블록딜)를 통해 매각해 5235억원을 확보한 바 있다.

넷마블은 이번이 마지막 지분 매각이라는 입장이지만 추가 매각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회사는 지난 2021년에도 카카오뱅크 지분 일부를 매각하면서 “추가 처분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한 뒤 몇 개월이 지나지 않아 남은 지분을 전량 매각했다.

이번 넷마블의 지분 매각이 하이브의 경영권 분쟁으로 인한 주가 하락과 완전히 관계가 없다고 보기는 어려운 만큼 남은 대주주들의 결정에도 시선이 쏠린다. 특히 최대 기관투자자인 국민연금(8.21%)과 투자 손실을 보고 있는 두나무(5.53%)는 뜻밖의 국면을 맞았다. 국민연금의 경우 이번 하이브 경영권 분쟁 사태로 약 700억원의 평가액 손실을 봤다는 분석도 나왔다.

국민연금의 경우 주주가치 훼손 정도에 따라 경영권 개입에 나설 가능성도 존재한다. 지난 2022년 국민연금은 하이브에 대해 주식 지분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변경한 바 있다. 국민연금은 국내 상장주식 보유목적을 단순투자, 일반투자, 경영참여로 구분한다. 국민연금이 기업의 지분 보유 목적을 변경한 것은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 이상으로 경영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은 하이브에 자료 제출 요구와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정관 변경 추진, 회사 임원의 위법행위에 대한 해임청구권 행사 등을 할 수 있다.

실제 국민연금은 지난 2022년 3월 말 열린 정기주총에서 하이브의 사외이사 스톡옵션 부여안에 반대표를 행사한 적이 있다. 이보다 앞선 1월 임시주총에서는 사외이사 3인에게 각 1500주씩 스톡옵션을 지급하는 의안에 대해서도 반대했고, 방탄소년단(BTS) 등의 앨범사업 담당 레이블인 빅히트뮤직 물적분할 건에서도 반대 의견을 내면서 하이브와 부딪혔던 바 있다.

두나무 역시 곤란하긴 마찬가지다. 두나무는 지난 2021년 대체불가토큰(NFT) 부문 협력을 위해 하이브와 수천억원 규모의 지분교환을 단행했으나 손실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당시 두나무는 하이브 유상증자에 7000억원을 투입해 주식 1주당 30만4008원에 매입했다.

한편 하이브의 주가는 민희진 어도어 대표와의 갈등이 지속되면서 연일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13일 종가 기준 하이브의 주가는 19만원 대로 내려앉았다. 이번 사태 이전 9조6000억원이었던 하이브의 시가총액은 현재 1조5000억원 이상 증발한 8조305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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