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담 vs 연초, 피는 담배 다른데 똑같이 보험료 할증 맞나요

이명철 기자I 2023.07.13 15:59:50

보험개발원 ‘흡연 위험 보험보장 및 개선과제 검토’ 보고서
“담배 다양하고 복잡해졌는데 보험사 평가는 여전히 관행적”
“담배 종류별 위험평가 세분화, 금연 적극적으로 유도해야”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앞으로 100년간 전 세계에서 흡연과 관련해 사망할 사람이 10억명에 달할 것이라는 조사 결과가 있다. 그만큼 흡연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과 경제적 비용이 크지만, 보험사들은 흡연과 관련한 보험료 산정에 있어선 관행적인 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13일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최근 발표한 ‘흡연 위험 보험보장 및 개선 과제 검토’ 보고서를 통해 흡연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매년 600만명 이상으로 추산되며 2030년에는 800만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연간 사망자수의 10% 정도 수준으로 인간 면역결핍 바이러스(HIV)·후천성 면역 결핍증(AIDS), 말라리아, 결핵을 합친 것보다 많다.

수천가지 독성 화학물질에 노출되게 하는 흡연은 연령대에 상관없이 인체 대부분 장기에 악영향을 준다. 흡연과 관련한 경제적 비용은 의료비, 소득 상실 등 11조달러에 가깝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보험사들은 언더라이팅(가입 심사), 보험료 책정, 보험금 청구, 준비금 적립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흡연으로 인한 사망·질병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하지만 보험업계는 담배 제품 종류가 다양해지고 사용 패턴이 복잡해졌음에도 수십년간 근본 접근방식에 변화가 없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우선 보험사는 흡연 상태를 △비흡연자 △현재 흡연자(지난 6~12개월 담배 또는 니코틴 사용) △이전 흡연자(최근 6~12개월 담배 또는 니코틴 미사용)으로 정의하는데 실제 흡연 여부는 고액 보장, 유병자, 고령자 등에서만 제한적으로 확인한다.

흡연 상태 확인 방법도 소변 검사가 대부분인데 이는 며칠만 금연해도 비흡연자로 판정될 수 있기 때문에 신뢰할 만한 방법이 아니라는 평가다. 흡연자가 비흡연자로 식별되면 부정확한 언더라이팅, 보험료 산정 등 불이익을 초래하게 된다고 보고서는 판단했다.

흡연자수와 비율 추이. (이미지=보험개발원)
새로운 담배·니코틴 제품이 출시되고 소비 패턴이 복잡해짐에 따라 기존의 위험 분류 방식에 대한 검토도 필요하다.

현재 담배와 니코틴 제품은 연초담배, 무연담배와 액상형·궐련형 전자담배 같은 니코틴 전달제품(ANDS) 3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최근 흡연자들은 연초담배에서 ANDS로 전환하거나 두가지 모두 사용하는 추세다.

ADNS는 연초 담배보다 독성 화학물질에 대한 노출이 적지만 성분과 위험도는 개별 제품마다 차이가 있다. 보고서는 ADNS가 금연을 도와주는 수단으로서 장기적으로 해롭지 않다고 볼 수 있을지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ANDS가 연초 담배보다 위험이 낮다는 결정적 증거가 나타나면 보험사는 보험료 산출의 정확성과 경쟁력을 개선하기 위해 위험 평가를 정교하게 다듬어야 한다고도 전했다.

대부분 보험사가 흡연과 관련한 위험을 줄이기 위해 금연이나 담배·니코틴 사용을 줄이도록 하는데 소극적인 점도 문제로 삼았다. 금연 프로그램의 성공과 재발률에 대한 유용한 데이터를 집적해 체계적으로 분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보험개발원 관계자는 “보험사는 흡연위험을 평가하고 금연율을 높이도록 유도해 리스크를 감소시키고 공공의 건강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위험등급 세분화로 상대적으로 위험이 양호한 흡연자에게 저렴한 보험료를 제공해 현재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흡연자에게 새로운 시장을 제공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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