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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포 협박한 괴한, 알고 보니 막내 동생…유산 분쟁 탓

고준혁 기자I 2016.12.07 11:18:01

위조 영장 보여주며 협박…경찰 신고하자 도주
특수체포 미수 혐의 등으로 구속…지난 1일 검찰 송치
警 "유산 상속 분쟁으로 형제 관계 멀어져"

서울 강남경찰서 전경. (사진=전상희 기자)
[이데일리 고준혁 기자] 유산 상속 과정에 불만을 품은 막내 동생이 검찰 수사관을 사칭해 큰 형을 체포하겠다고 위협했다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특수체포 미수와 공무원 자격 사칭 등의 혐의로 안모(55)씨를 구속했다고 7일 밝혔다. 안씨는 지난 1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경찰에 따르면 안씨는 지난달 23일 오전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서 외제차 랜드로버 SUV를 타고 집을 나서던 자신의 큰 형 안모(62)씨에게 위조된 구속영장을 보여주며 “검찰 수사관인데 사기·횡령 혐의로 당신을 체포해야 하니 차에서 내려라”고 협박했다. 형 안씨가 차에서 내리지 않은 채 신분증 제시를 요구했으나 동생이 이를 거절하자 경찰에 신고했다. 당시 동생 안씨는 검은 색 모자와 흰 색 마스크를 쓰고 있었기 때문에 동생인 줄은 꿈에도 몰랐다. 소란을 듣고 주위의 주민들까지 모여들자 당황한 동생은 자신이 타고 온 차를 타고 달아났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주변 폐쇄회로(CC)TV를 분석해 동생 안씨를 긴급체포했다. 안씨는 “7~8년간 만나지 않았던 큰 형에게 얘기라도 해보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피를 나눈 형제 사이가 멀어진 것은 유산 분할 문제 때문이었다. 20여 년 전 안씨 4형제는 경상도 일대에서 방직공장을 크게 했던 부친이 숨지면서 남긴 유산을 수십억원씩 나눠 가졌다. 이 과정에서 막내 동생은 불만을 제기했지만 큰 형은 “공평하게 분할했다”며 묵살했다. 막내 동생이 지난 1997년 외환위기 때 사업에 실패하면서 대부분의 유산조차 잃은 탓에 형제 관계는 더 악화했다.

경찰 관계자는 “조사 과정에서 대질 심문은 하지 않아 형제가 서로 만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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