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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 행진에 美도 올 여름 대규모 파업 확산

이소현 기자I 2023.07.24 17:06:34

할리우드 작가와 배우 등 동반 파업 중
'빅3' 자동차, 최대 배송업체 UPS도 예고
"1970년대 이후 가장 큰 규모 파업"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미국에서 65만명 이상의 노동자들이 올여름 파업에 돌입한다. 전 세계적으로 치솟은 물가에 맞춘 임금인상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할리우드 배우와 작가, 디트로이트 ‘빅3’ 자동차업체, 미국 최대 배송업체 UPS 등 산업 분야를 막론하고 노동자들은 일제히 기업 이익의 분배를 강조하고 나섰다.

UPS는 7월 말 전국 파업 마감일이 가까워짐에 따라 21일(현지시간)애틀랜타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사진=AP)


65만명 이상의 미국 노동자들이 올여름 파업을 예고하거나 파업에 돌입한 가운데 수십 년간 미국에서 볼 수 없었던 노조 활동이 봇물 터지고 있다고 2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미국이 파업의 여름을 향해 질주하고 있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진단했다.

블룸버그 데이터에 따르면 현재 파업에 동참한 인원수는 79만4000명으로 약 80만명에 달한다. 작년 파업에 참여한 인원은 22만1300명, 2021년은 11만7500명 수준에서 파업 규모가 급증한 것이다.

이미 할리우드 작가조합(WGA)에 이어 배우·방송인노동조합(SAG-AFTRA) 약 17만명이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할리우드 양대 조합이 동시에 파업에 나선 것은 1960년대 이후 처음이다.

노조가 나서 경고한 잠재적 파업도 있다. 15만명 규모 전미자동차노조(UAW)는 GM과 포드 스텔란티스 등 미국 3대 자동차 제조사와 계약 갱신 협약에 돌입하며 파업 가능성을 경고했다. 미국 최대 배송업체인 UPS는 이달 말 계약만료 전에 노사 협상을 앞두고 새로운 합의에 도달하지 않으면 다음 달 1일부터 최대 34만명이 참여하는 파업에 나서겠다고 예고했다.

산타바버라 캘리포니아대의 노동 및 민주주의 연구센터를 이끌고 있는 넬슨 릭턴스타인 노동사학자는 “1970년대 이후 가장 큰 규모의 파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17일(현지시간) 뉴욕에서 파업 중인 작가와 배우들이 피켓 라인을 걸으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사진=AP)


이처럼 산업 분야는 다르지만, 노동자들은 모두 기업이 얻은 이익을 더 많이 배분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할리우드 배우와 작가는 더 많은 기본급뿐 아니라 온라인 동영상서비스(OTT) 환경에 맞춘 수익분배에 목소리를 내고 있다. 자동차 노동자들도 임금 인상뿐 아니라 전기차로 전환을 추진하더라도 다른 공장노동자들과 동일한 임금과 혜택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UPS는 코로나19 재난 상황 당시 ‘필수노동’으로 부상한 만큼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UPS는 코로나19로 온라인 배송이 늘면서 지난해 영업이익는 전년과 비교해 갑절 가까이 늘었다. UPS 직원 닉 마라포드는 블룸버그에 “만약 내 업무가 그토록 ‘필수적’이라면 그에 따른 적절한 보상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코로나 팬데믹 이후 기업은 노조의 ‘파업 리스크’까지 더해져 수익성에 직격탄을 맞은 모습이다. 실제 할리우드에서는 스트리밍으로 전환에 따라 스튜디오 수익이 감소했다.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넉넉한 급여와 복리후생을 제공하면서도 전기차 전환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해야 한다. UPS는 팬데믹에서 벗어나면서 소포 수요가 감소하는 역풍에 직면, 매출 하락을 우려하고 있다.

노사간 갈등으로 인한 파업 장기화는 기업뿐만 아니라 노조 환경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민간 부문 노조 조직률은 현재 6%로 반세기 만에 4분의 1 수준으로 뚝 떨어진 상태다. 블룸버그는 “파업이 시작되면 비노조원들에게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지만 장기화하면 재정고갈로 다른 활동에 필요한 자금 수혈이 어려워질 수 있다”며 “또 동력을 잃은 파업은 조합원의 분열과 환멸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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