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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지난해 8월 자국에 반도체 시설을 짓는 기업에 총 527억달러(약 69조원)의 대규모 시설투자 및 세액공제 혜택을 주겠다는 반도체지원법(CHIPS and Science Act)을 발효했다. 다만, 그 전제조건으로 중국과 북한, 러시아, 이란 4개 우려대상국에 대한 설비 확장을 10년간 제한하는 가드레일(안전장치) 조항을 덧붙였다.
중국에 대규모 생산설비를 운영 중인 가운데 미국 내 설비투자 확대 검토 중인 한국 반도체 기업으로선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을 포기하고 미국 정부의 지원을 받을지, 미국의 지원을 포기하고 중국 시장을 유지할지 양자택일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이다.
미국 행정부는 올 3월 공개한 해당 가드레일 조항의 세부규정안을 통해 첨단 반도체는 5%까지, 범용(legacy) 반도체는 10%까지 중국 내 생산능력 확대를 허용키로 하며 국내 반도체 기업의 불확실성이 일부 해소했다. 그러나 업계에선 관련 규정 완화가 좀 더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미국 행정부의 세부 규정 확정 과정에서 범용 반도체 등의 기준을 첨단 반도체를 일부 포함하는 형태로 바꾼다면 우리 기업의 중국 공장 증산 제한 부담은 줄어들 수 있다. 미국 행정부는 현재 범용 반도체의 기준을 지난해 10월 발표한 미국의 대(對)중국 반도체장비 수출통제 기준과 동일한 낸드 128단 미만, D램 18나노미터(㎚) 초과로 정해놓고 10%까지는 증산을 허용키로 했는데 그 이상의 기술은 첨단 반도체로 분류해 증산 가능범위가 5%로 줄어든다.
정부는 이와 함께 우려대상기관과의 국가안보상 민감 기술·품목 관련 공동연구 및 기술 라이센싱 제한 규정도 그 범위를 더 명확히 해줄 것으로 미국 측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업계에 따르면 미국 행정부 관보를 통해 공개되지 않았으나 한국반도체산업협회(KSIA)나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업계도 미국 상무부에 세부 규정안과 관련한 의견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