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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 제재 돌입한 공정위…관건은 ‘경쟁제한 효과’

강신우 기자I 2024.01.08 16:04:36

주담대 짬짜미 ‘경쟁영향 미쳤나’ 쟁점
‘경성담합’ 아냐…제재 수위도 낮을 듯
과징금, 중대성 따라 ‘수십억~수천억원’
올해 서민생활 밀접품목 담합 집중조사

[세종=이데일리 강신우 기자] 시중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 등의 거래조건을 짬짜미 혐의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제재 절차에 착수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KB국민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하나은행 등 4대 시중은행에 심사보고서(검찰의 공소장 격)를 발송했다.

공정위는 앞서 작년 2월 윤석열 대통령이 ‘금융권 경쟁 촉진 마련’을 지시한 직후 KB국민·신한·하나·우리·IBK기업·NH농협 등 6대 은행에 대한 현장조사 벌여 대출 업무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이어 6월에는 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은행에 대한 추가 현장 조사를 진행했다.

심사보고서는 이들 은행이 개인과 기업을 상대로 담보대출 업무를 하면서 거래조건을 짬짜미해 부당한 이득을 취했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은행들이 물건별 담보인정비율(LTV) 등 대출에 필요한 세부 정보를 공유하면서 고객에 지나치게 유리한 대출 조건을 설정하지 않도록 담합을 벌였다는 내용이다. 공정거래법 제40조 제1항 9호 ‘정보교환행위’에 해당하는 부당공동행위 유형이다.

이번 유형은 소수 사업자가 서로 짜고 가격결정이나 입찰담합을 통해 독점가격을 설정한 경성담합과는 다르다.

경성담합은 법에 어긋난 행위를 하면 당연히 ‘위법’이 되지만 이번 케이스는 정보 교환이라는 담합행위를 했어도 실제 다른 사업자나 시장에 경쟁을 제한했는지가 관건이다. 경쟁제한 효과는 일반적으로 △잠재적 경쟁사업자의 시장진입이 어려웠는지 △경쟁사업자의 경쟁력을 약화시켰는지 △소비자의 선택폭이 축소될 우려가 발생했는지 등이다.

공정위에 밝은 학계 관계자는 “경성카르텔은 당연위법이지만 이번에는 거래조건 등의 정보를 교환한 행위로 담합 의심을 샀지만 경쟁제한 효과가 얼마나 있는지가 쟁점이 될 것 같다”고 했다.

(자료=공정위)
심사보고서에 검찰 고발의견이 포함된 점을 고려하면 과징금도 최대 수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과징금은 관련 매출액에 위반행위 중대성의 정도별 부과기준율을 곱해 산정하는데 1.8점 이상이면 고발하는 지침상 6.5~10.5% 미만의 부과기준율을 적용한다. 이렇게 되면 은행수익이 연간 수조원인 점을 고려해 과징금이 수천억원에 달할 수 있다. 다만 중대성 정도가 약하다면 부과 기준율이 0.5~3%미만 수준으로 수십억~수백억원 수준일 수 있다.

공정위는 이들 은행의 의견 등을 수렴한 후 제재 여부를 논의할 위원회 심의 일정을 정할 방침이다. 통상 심사보고서 발송일부터 심의일이 3~4개월 가량 걸리지만 경쟁제한 효과 분석에 따라 일정이 더 밀릴 수 있다.

한편 공정위는 ‘2024년 경제정책방향’에서 올해 상반기 서민생활 밀접품목과 관련한 불공정 행위를 집중적으로 점검한다고 밝혔다. 이를테면 △석유 △주류 △통신장비 △금융 △아파트 입찰 △돼지고기 유통 △OTT 서비스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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