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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모든 환자가 무조건 큰 상급종합병원 응급실로 가야하는 것은 아니다. 심뇌혈관질환이나 중증 외상처럼 골든 타임이 중요한 사항이라면 상급종합병원 응급실이나 권역응급의료센터를 찾아야 한다. 하지만 경증으로 권역응급의료센터에 갔다면 오랜 시간의 기다림과 더 많은 진료비를 감내해야 할 것이다. 대학 병원 급으로 모든 환자가 몰리게 되면 의사는 경증환자와 중증환자를 모두 보느라 중증환자가 적절하고 빠른 치료를 받지 못하게 된다.
평소 앓고 있던 질환으로 응급상황이 발생했다면 그 동안 다니던 병원을 우선 이용해야 한다. 주치의가 환자의 상태를 가장 빨리 파악할 수 있고 자신의 의무 기록이 있기 때문에 치료하는 의사가 참고하여 진료할 수 있다. 자녀가 38도 이상의 발열이 있고 경기를 일으키거나 평소와 달리 축 쳐져 있거나 먹지 말아야 할 음식을 먹을 경우에는 가까운 응급실 혹은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있는 소아전문응급실이나 늦은 밤까지 열려 있는 달빛어린이 병원을 이용한다. 하지만 치료를 할 수 있는 범위가 다를 수 있기에 119에 연락하여 도움을 구하는 것이 좋다
갑작스런 허리 디스크 파열로 움직일 수 없을 때, 사고로 인한 외상이나 골절, 찢어진 부위를 꿰매야 할 때는 치료 경험이 풍부한 전문병원 응급실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특히 골절은 어린 아이부터 어르신까지 일상생활에서 흔하게 발생한다. 육안으로 뼈의 변형이 보이지 않더라도 상처부위를 잡아서 눌렀을 때 통증을 호소한다면 병원으로 이동해 반드시 골절의 유무를 확인해야 한다. 머리나 목, 허리, 고관절 등을 다쳤다면 발견 상태 그대로 유지하도록 고정해 119에 신고 후 이송해야 한다. 손상부위를 고정하지 않고 이동시 환자는 2차적인 손상을 받을 수 있다. 위 팔뼈나 무릎, 발목 등도 부목을 이용해 고정 후 병원으로 이동한다.
응급실에서 모든 처치와 검사가 가능한 것은 아니다. 응급실은 응급상황에 맞는 시술과 처치에 최적화되어 있다. 대부분의 응급환자에게 필요한 검사는 응급실에서 가능하나 외래에서만 가능한 검사도 있다. ‘내가 바빠서 외래 시간을 맞출 수 없어서 응급실에서 응급진료를 받겠다’, ‘약만 처방 받으면 되니 응급실로 가겠다’며 다소 황당한 이유로 응급실을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있다. 응급실의 뜻과 역할부터 설명해야 하는 씁쓸한 상황이다.
때때로 응급실에 근무하는 응급의학과 의사 또는 간호사들은 많이 바빠 보여서 불친절해 보이고 환자를 위하지 않아 보일 때가 있다. 하지만 잠시 입장 바꿔 생각했을 때 365일 24시간 밤근무, 연휴 근무 등 열악한 상황에서도 굳이 응급실에서 근무하는 이들은 자신의 이익보다 환자를 위하기 때문에 이 직업을 택한 경우가 많다. 앞서 말한 것처럼 본의의 진료가 다소 늦어지더라도 ‘나보다 더 급한 환자가 있을 것이며 여기서 진료 받는 것이 가장 빠른 진료다’라고 생각하며 의료진에게 협조한다면 좀 더 나은 응급실 문화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