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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백병원 경영악화에 폐원 결정…82년 만에 문 닫나

김명상 기자I 2023.06.20 21:23:07
20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백병원 입구에서 서울백병원 직원과 노조원들이 폐원안 의결에 반대하며 피케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이데일리 김명상 기자] 서울백병원이 경영난을 이유로 폐원을 결정했다. 폐원의 근거는 경영 악화다.

인제학원은 20일 서울 중구 서울백병원 건물에서 이사회를 열고 이달 초 경영정상화 태스크포스(TF)가 제안한 ‘서울백병원 폐원안’을 통과시켰다. 이로써 1941년 설립된 서울백병원은 개원 82년 만에 폐원 수순을 밟게 됐다.

인제학원은 보도자료를 내고 “이사회에서 서울백병원 폐원안을 의결했다”며 “서울백병원 전체 교직원의 고용유지를 위한 전보 발령, 외래 및 입원환자 안내, 진료 관련 서류 발급 등을 차질 없이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폐원의 근거는 경영 악화다. 2004년 처음 손실을 기록한 이후 서울백병원의 누적 적자 규모는 20년간 1745억원으로 불어났다.

인제학원은 “2011년, 2013년, 2019년에 진행된 외부전문기관의 평가에서도 서울백병원의 지속적인 적자는 피할 수 없고, 매각 등의 적극적인 경영정상화 방안이 필요하다는 평가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번 폐원 결정에는 최대 3000억원으로 추산되는 병원 용지의 상업적 가치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교육부가 사립대학 재단 보유 유휴재산을 수익용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면서 서울백병원을 상업용 건물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서울백병원은 서울 명동 옆에 자리하는 데다 재건축 과정에서 용적률을 800%가량 높게 적용받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노조는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했다. 서울백병원 노조 관계자는 “병원 측이 폐원안 통과 외에 어떤 내용도 직원들과 공유하지 않고 있다”며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고 투쟁을 이어갈 것”이라고 전했다.

백병원은 폐원 후속 조치로 전체 구성원 386명의 고용을 승계한다는 뜻을 밝혔다.

향후 병원 부지·건물 운영과 구체적인 폐원 시점에 대해 인제학원은 “추후 별도 논의를 거쳐 결정할 계획”이라며 “새 병원 건립, 미래혁신데이터센터 운영, 수익사업, 매각 등 다양한 방안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할 것이며 어떤 형태로 운영하더라도 그로부터 창출되는 재원은 전부 형제 병원에 재투자하겠다”고 전했다.

앞서 서울시는 이날 서울백병원 폐원안이 인제학원 이사회를 통과할 경우 병원 부지를 의료시설로만 쓸 수 있도록 도시계획시설(종합의료시설)로 결정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제학원이 서울백병원 부지를 매각해도 병원시설은 계속 유지되는 셈이다.

인제학원 관계자는 “아직 서울시로부터 관련한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며 “이후 서울시에서 이야기가 나오면 별도로 대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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