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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F 2020]“인구 줄어도 집값 안 떨어져…시장은 세분화될 것”(종합)

김정유 기자I 2020.06.11 14:49:08

이데일리 전략포럼서 인구감소와 부동산 영향 짚어
“부동산 시장 변동은 공급·사회·경제적 요인 영향 커”
인구 줄지만 1인가구 늘어, 공급·분양시장 개편필요
가족 중심 청약제도 바꿔야, 다양한 주택모습 나와야

제11회 이데일리 전략포럼이 11일 오전 서울 중구 장충동 서울신라호텔에서 개최됐다. 정상령(왼쪽부터) 대림산업 분양마케팅팀 소장,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 유선종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 연구위원, 홍춘욱 EAR리서치 대표가 ‘인구감소 시대, 부동산 신화 사라지나’를 주제로 토론하고 있다. (사진= 노진환 기자)
[이데일리 김정유 유태환 황현규 기자] “급격한 인구구조의 변화에 따라 국내 부동산 시장도 실수요자들의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는 전략적이고 세밀한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인구감소가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어느 정도일까. 국내 부동산 전문가들은 “인구감소와 부동산 시장을 위축시킬 것이란 전망은 근거가 부족하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인구구조 변화에 따라 주거 수요가 좀 더 세밀화되고 있는만큼 이에 따른 주택공급과 정책을 마련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증가하는 1·2인 가구 대상 맞춤형 주택 공급을 늘리고, 기존 가족 중심의 청약제도도 한층 세분화해 개편하는 식의 접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인구감소·부동산 위축간 상관관계 부족

11일 서울 중구 서울신라호텔에서 열린 ‘제11회 이데일리 전략포럼’ 특별세션2에선 ‘인구감소 시대, 부동산 신화 사라지나’를 주제로 부동산 전문가들의 발표와 토론이 진행됐다. 홍춘욱 EAR 리서치 대표, 유선종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 연구위원,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 정상령 대림산업 분양마케팅팀 소장 등이 참여했다.

이날 주제발표를 맡은 홍춘욱 대표는 인구감소와 부동산 시장은 직접적인 관련성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내 부동산 시장에 아직까지 가장 큰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은 ‘공급’”이라며 “은퇴한 60대 베이비부머 세대만 해도 최근 주택을 팔고 은퇴해 부동산 시장에서 ‘엑시트’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임대사업자로 변신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더불어 “2005년 70만명에서 최근 200만명까지 급증한 외국인 체류인구도 부동산 시장에 있어 큰 변수”라며 “단순히 인구감소가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것보다 주택 공급,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국지적인 인구이동 추이 등의 영향이 더 크다”고 덧붙였다.

윤지해 연구원도 인구감소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전망이 달라질 수 있다고 언급했다. 윤 연구원은 “2017년부터 생산가능인구가 매년 33만명씩 줄어들 예정인데, 이를 달리 해석하면 기대수명이 늘어난다는 개념도 된다”고 밝혔다. 이어 “인구 및 생산인구 감소가 단순히 부동산 수요 위축과 가격하락으로 이어질 수는 없다”며 “수도권 등 특정지역 인구와 가구 수 증가 폭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윤 연구원에 따르면 2017년 기준 5150만명인 국내 인구는 오는 2047년 4900만명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하지만 수도권 인구는 현재 2500만명에서 2032년 2650만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그는 “수도권 인구는 오히려 150만명이 늘어난다”며 “총인구 관점에서 수도권 부동산 시장은 더 과열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윤 연구원은 임대사업자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주목했다. 그는 “현재 임대사업자가 51만명 수준”이라며 “노후 생계를 유지하는 임대사업자들의 규모를 고려하면 집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것을 꼭 투기로만 규정할 수는 없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김규정 연구위원 역시 “인구쇼크 변수보다 고급주택의 수요과 공급, 저금리가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크다”고 주장했다. 인구 및 생산 인구 감소보다 다른 사회·경제적 요인들이 부동산 시장 변화와 더 포괄적인 상관관계를 형성한다는 얘기다. 그는 “특히 국내에서는 고급 부동산 수요와 공급 간 괴리로 인한 특정 부동산 쏠림 현상이 인구변화보다 훨씬 중요한 요인”이라고 강조했다.

인구구조 변화에 청약제도 개편 필요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향후 인구감소에 따라 나타날 수 있는 부동산 시장의 변화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우선 전체 인구는 감소하고 있지만 1·2인 가구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공급과 분양 등 여러 측면에서 제도를 되돌아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상령 소장은 “1인 가구 증가로 요새 민간건설사들도 대형평형대 주택 공급을 줄이고 중소평형대 주택 공급을 늘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요새 집에 대한 가치를 다시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다양한 니즈들이 부각되고 있고, 이에 건설사들도 맞춤형 상품공급을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근 분양시장에서 1·2인 가구들의 니즈가 큰데, 정작 이들은 청약에 당첨되지 못하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며 “향후 인구구조 변화 대응을 위해 기존 가족구성원 수를 기준으로 한 청약제도 개편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 밖에도 특화 설계 제한 등의 규제 완화도 언급됐다. 홍춘욱 대표는 “향후 부동산 시장의 니즈는 점점 다양해지고 다층화 될 것”이라며 “현재의 획일화된 평형대, 디자인의 주거 형태에서 벗어나 다양한 주택 모습이 나와야한다”고 했다. 이어 그는 “부동산 가격 급등을 막는 대책도 필요하지만 그보다 주거 수준을 높이는 방향도 고려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특별세션2에 참석한 홍춘욱 대표는 한국금융연구원을 시작으로 KB국민은행과 국민연금 등 국내 대표 금융기관에서 26년간 이코노미스트로 일해 온 부동산 전문가다. 김규정 위원은 국토교통부, 기획재정부 등 정부의 부동산 자문역으로 활동 중이며, 윤지해 연구원은 각종 컨설팅과 강연을 통해 이름을 알린 전문가다. 정상령 소장은 대림산업 분양마케팅에서 빠르게 바뀌어 가는 주거 트렌드, 소비자 패턴에 맞춰 소비자 니즈를 반영한 주거상품을 공급하는 업무를 하고 있다.

제11회 이데일리 전략포럼이 11일 오전 서울 중구 장충동 서울신라호텔에서 개최됐다. 왼쪽부터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 연구위원,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 유선종 부동산학과 교수, 홍춘욱 EAR 리서치 대표, 정상령 대림산업 분양마케팀 소장. (사진=노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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