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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후퇴에 소비 홀로 버팀목…올 4% 경제성장 끄떡 없나

최정희 기자I 2021.09.02 16:35:44

2분기 GDP성장률 잠정치 0.8%…속보치서 0.1%p 올라
코로나로 소비개선 어려워…"3분기도 수출 역성장 가능"
경기선행지수 순환변동치도 14개월 만에 첫 하락세로
수출 증가하긴 하겠지만…"美·中 경기 둔화세 부담돼"

[이데일리 최정희 이윤화 기자] 올 상반기 우리 경제가 코로나19 재확산이라는 악재 속에서도 1년 전에 비해 무려 4% 가까운 높은 성장세를 보이며 코로나19 위기 이후 강한 회복세를 유지했다. 7월부터 두 달 가량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일일 1000명~2000명대를 기록하고 있지만 이에 따른 소비 감소폭도 크지 않다.

사진=연합뉴스


이에 따라 올해 한국은행이 전망한 4.0% 성장률을 달성할 가능성도 더 높아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확산으로 소비가 개선되기 어렵다는 점, 가격 요인을 제거한 수출 증가율이 2분기처럼 마이너스를 보일 수 있다는 점 등은 하방 리스크로 꼽힌다. 3분기 마이너스 성장에 대한 우려도 완전히 가시진 않은 상태다.

3·4분기에 0.6%씩 성장하면 올 4.0% 성장 달성

한은이 2일 발표한 ‘2021년 2분기 국민소득(잠정)’에 따르면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전기 대비 0.8%, 1년 전 대비 6.0% 성장했다. 7월 말 발표한 속보치(0.7%, 5.9%)보다 0.1%포인트씩 상향 조정된 것이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올해 상반기 성장률은 전년동기대비 기준 한은이 전망한 3.9%보다 소폭 높은 3.95%로 집계됐다. 3분기, 4분기에 전기비 각각 0.6%씩만 성장해주면 한은이 전망한 올해 성장률 4.0%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신승철 한은 국민계정부장은 “연간 성장률 4.0% 달성 가능성이 좀 더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1분기에는 수출과 소비 등 내수가 고른 성장세를 보였다면 2분기에는 민간소비 등 내수의 힘에 의해 회복됐다. 2분기 성장률 0.8% 중 내수의 성장기여도는 2.5%포인트인 반면 수출에서 수입을 뺀 순수출의 성장기여도는 외려 -1.7%포인트에 불과했다. 2분기 민간소비가 바깥 활동 증가에 의류 등 준내구재, 음식숙박·오락문화 등 서비스를 중심으로 전기비 3.6% 성장, 2009년 2분기(3.6%) 이후 1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출처: 한국은행)


반면 수출은 반도체칩 부족에 따른 자동차 생산 감소, OLED(유기발광다이오드)로의 생산 체제 전환으로 인한 LCD 생산 감소 등으로 2.0% 감소했다. 수출은 통관기준으론 2분기에 전기비 7% 가량 증가세를 보였으나 이는 수출 가격이 오른 영향일 뿐 가격 변수를 제외한 실질 수출 증가율은 작년 2분기(-15.9%) 이후에 1년 만에 전기대비 마이너스를 보인 것이다.

이에 따라 실질 국민총소득(GNI)은 전기비 0.1% 증가, 경제성장률 0.8%에 크게 못 미쳤다. 배당 증가 등에 국외에서 벌어들이는 소득은 9조5000억원으로 전분기(7조원)보다 늘어났음에도 반도체 등 수출 가격보다 국제유가 등 수입 가격이 더 크게 오르면서 손에 쥐는 돈은 감소했다.

“소비 안 좋은 상황에서 GDP 수출 마이너스 가능성”

올 들어 상반기까지 우리 경제는 무난한 회복 흐름을 보였으나 문제는 하반기다. 7월부터 4차 대유행이 시작됐고 백신접종률이 높아지고 있음에도 델타 등 변이바이러스로 인해 확진자 수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향후 경기 국면을 보여주는 경기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102.6으로 전월보다 0.2포인트 하락, 14개월만에 상승 흐름이 꺾였다.

4차 대유행이 시작한 직후 3분기 마이너스 성장 우려가 제기됐다. 과거 확산기 대비 소비가 크게 줄어들진 않았으나 대면서비스 위축 등에 7월 소매판매는 전월비 0.6% 감소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대면소비 악화에도 비대면 소비가 어느 정도 유지되고 있다”며 “3분기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은 아직 예단하기 이르다”고 평가했다. 이어 “올해 4% 내외의 성장률 달성이 가능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3분기 코로나 확산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소비가 과거처럼 악화되진 않더라도 개선될 가능성 또한 낮은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2분기처럼 수출이 마이너스를 보일 경우엔 3분기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는 여전하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소비가 안 좋은 상황에서 3분기 순수출이 마이너스로 작용하면 극단적인 경우 역성장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7월과 8월 평균 수출액은 통관 기준으로 전분기 평균치 대비 4.0% 증가한 반면 수입액은 6.0% 증가했다. 수출보다 수입이 더 빠르게 증가한 것이다. 또 수출금액지수 평균치는 2분기에 1분기 대비 9.3% 상승한 반면 수출물량지수는 1.8% 상승에 그쳤다. 7월에도 2분기 평균치 대비 금액지수는 5.5% 상승했으나 물량지수는 1.9% 증가에 그쳤다. 통관 수출액은 수출 가격이 올라서 큰 폭의 증가세를 보인 것이지, 가격 변수를 제외한 실질 수출 증가율은 크지 않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정원일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통관 기준 수출이 2분기 좋았음에도 GDP 상에선 마이너스를 보였는데 이런 현상이 3분기에도 반복될 수 있다”며 “우리나라 수출 경제 구조상 기업들이 원자재, 중간재를 수입하고 최종재를 수출하는데 원자재, 중간재 가격이 부담스러운 수준이 유지된다면 수입금액이 더 많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 컨퍼런스보드 소비자심리지수(8월 113.8)가 하락하고 중국 서비스 구매관리자지수(PMI)(47.5로)도 하락하는 상황은 수요 측면에서 우리나라 수출 여건에는 부담을 줄 것”이라며 “올해 연간 성장률은 3.7%에 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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