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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총리도 방문 비영리민간단체, 23년 만 확인하니 '유령단체'(종합)

송승현 기자I 2023.06.15 15:54:16

행안부, 23년 만 비영리민간단체 1만 1195개 전수조사 착수
3곳 중 1곳 실재 없고, 활동 없는 '유령단체'로 나타나
유령단체 중 10년간 국가보조금 받은 단체 212개
"보조금 유용은 아닌 것으로 파악…조사 정례화하겠다"

[이데일리 송승현 기자] 한국 시민사회에 대한 연구를 목적으로 설립된 비영리민간단체 A는 지난 1996년 국무총리가 개원식에 방문한 적이 있을 정도로 규모가 컸으나, 최근 정부 조사에서 지금은 사라진 단체로 확인됐다. 등록된 소재지에는 다른 기관에서 사무소로 사용 중이었고, 담당자들에게 유선 및 등기로 연락을 시도했으나 닿지 않았다.

최훈 행정안전부 지방자치균형발전실장이 15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별관 브리핑실에서 ‘비영리민간단체 등록요건 전수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행안부 제공)
행정안전부는 중앙부처와 광역지방자치단체에 등록된 1만 1195개 비영리민간단체를 대상으로 등록요건을 전수조사한 결과 3771개(33.7%)가 요건을 충족하지 않았다고 15일 밝혔다. 이번 전수조사는 지난해 12월 9일부터 올해 5월 19일까지 5개월여간 이뤄졌다. 이는 지난 2000년 4월 ‘비영리민간단체 지원법’ 제정 이후 23년 만에 처음 이뤄진 첫 조사다.

조사 결과 1만 1195개 단체 중 7424개(66.3%) 단체는 등록요건을 갖추고 운영하고 있었지만, 미충족한 단체는 3771개(33.7%)로 집계됐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주소지 미소재 및 실체적 활동이 없어 직권말소된 단체가 1948개(17.4%) △자진 말소 희망 단체 861개(7.7%) △말소 희망하지 않고 등록요건 보완 중인 단체 962개(8.6%) 등이다.

특히 이른바 ‘유령 비영리민간단체’ 중 지난 10년간 1회 이상 공익사업에 선정된 단체는 212개 단체, 범위를 좁혀 지난 3년간 공익사업에 1회 이상 선정된 단체는 12개다. 이들 단체가 받은 국가보조금은 평균 3500만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다만 행안부는 이들 단체가 국가보조금을 유용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최훈 행안부 지방자치균형발전실장은 “이번 전수조사를 통해 많은 단체들이 실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이는 23년 만에 처음 전수조사가 이뤄졌기 때문”이라며 “공익사업에 선정된 단체들은 당시에는 실재적인 사업을 진행했었고, 그 이후에 활동이 없는 단체들이라 보조금 유용을 했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부연했다.

행안부는 향후 비영리민간단체 등록요건에 대한 조사를 정례화할 방침이다. 또 비영리민간단체의 실효적인 관리를 위해 내년부터 ‘비영리민간단체 관리정보시스템’(NPAS)에 실시간 확인 기능을 도입할 계획이다. 비영리민간단체가 증빙서류를 행정기관에 등록하면, 기관 담당자가 이를 확인해 운영이 이뤄지는지 확인하는 식이다. 기존에는 유무선 조사나 서면조사를 통해 등록요건을 조사할 수 있었던 한계를 보완하겠단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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