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벌어진 일은 마치 교통사고 같았다”고 털어놓는 그를 지난 14일 서울 명동 인근 한 카페에서 만났다. 최근 신간 ‘존 리, 새로운 10년의 시작’을 낸 그가 언론에 입을 연 건 8개월 만에 처음이다. “존봉준 말 믿고 주식 투자했다가 계좌 녹았다”며 아우성치는 개미들을 향한 그의 조언도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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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일문일답
-유튜브도 시작하고 신간도 냈다. 그간 어떻게 지내셨나.
△자존심에 너무 상처를 받았다. 너무 마음이 아팠던 건 메리츠자산운용에서 9년 동안 일하면서 국내 자산운용사 브랜드 가치 1등으로 만들었는데, 그걸 완전히 부정당한 거다. 내가 회사를 망친 사람으로 도배가 되는 게 너무 억울했다.
-어떤 기분이었나.
△교통사고 당한 기분. 백미터를 백킬로미터로 달리다가 부딪친 기분이다. 모든 사람들이 나를 파렴치범으로 비난하는 것 같았다. 미국에서는 지인들이 전화까지 하더라. 혹여라도 극단선택 하지 말라고.
-메리츠자산운용을 브랜드가치 1등으로 만든 게 오히려 독이 됐다고.
△편견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하다 보니 화살이 나한테 돌아온 것 같다. 연공서열이 아니라 능력별로 성과평가를 하다 보니 브랜드가치가 올라간 건데. ‘난 10년차인데 왜 2년차 직원 월급이 더 많나’며 항의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그게 나를 그렇게 증오하게 만들 줄은 몰랐다. 내가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 많이 생겼던 것 같다.
-메리츠자산운용에서 나오면서 뭐가 제일 아쉬웠나.
△30만명 고객들한테 인사를 못 한 게 너무 아쉽다.
-마음고생하면서 몸무게가 5킬로그램 빠졌다고.
△지금은 요요현상 왔다. 하하. 이번에 책을 쓰면서 좀 추스르게 됐다. 그래도 아직 응원해 주는 분들이 있어 힘이 됐다.
-어떤 방식으로 응원받았나.
△파주 커피숍에서 책 쓰는데 누군가 다가와 쪽지만 내려놓고 가더라. 열어보니 ‘당신이 누군지 안다. 용기 잃지 마시고 나는 당신 때문에 라이프가 변했다’고 써 있었다.
또 한 번은 어떤 교도소에서 편지가 왔다. 사형선고 받았다가 무기징역으로 감형된 사형수였다. 기능대회에서 우승해서 상금을 받았는데, 그 돈으로 투자를 해서 피해자 가족에게 사죄를 하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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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츠자산운용에선 물러났지만 운용업에 대한 애정은 여전한가.
△우리나라가 잘 되려면 운용업이 잘 돼야 한다. 한 때 해가 지지 않는 나라였지만 그 영광을 잃은 영국을 봐라. 지금도 경제력을 갖고 있는 건 금융이 발달해서다. 새로운 아이디어에 모험자본을 꿔주는 자산운용사가 많아져야 새로운 기업이 생긴다.
-애정 가진 메리츠자산운용이 그룹 차원에서 매물로 나와 아쉽겠다.
△내가 해야 할 더 큰 일이 있다. 금융교육을 통해 아이들을 경제적으로 해방시키는 일이 더 중요할 수 있다. 또 내가 프루브(증명)하지 않았나. 메리츠자산운용을 브랜드가치 1등으로 만들 수 있다는 걸.
-‘존봉준 말 믿고 주식투자했다가 계좌 녹았다’는 투자자들 원성도 있다.
△듣고 싶은 말만 들으면 안 된다. 타이밍 맞추라고 말한 적 한 번도 없다. 주식은 올라갈 때도 있고 내려갈 때도 있지만, 무조건 해야 한다. 단 길게 보고 하라는 말을 한 거다. 주식투자는 시간에 투자하는 것이지 가격을 맞히는 게 아니다.
-장기투자가 답인가.
△10년~20년 투자해야 나중에 부자가 된다. 펀더멘털 좋은 기업에 투자하고, 연금저축펀드부터 무조건 해야 한다. 최소 월급의 10%는 투자해야 한다. 많이 할수록 좋다. 투자는 돈을 일 시키는 거고, 투기는 내가 일하는 거다. 삼성전자 주식을 사는 건 삼성전자 직원들이 일하는 거, 삼성전자 주식을 샀다 팔았다 하는 건 내가 일하는 거다.
-저도 연금계좌 다 현금인데.
△안 된다. 그건 돈한테 일을 안 시키는 거다. 낮잠 재우는 거다. 제일 바보가 현금 들고 있는 거다. 3년 후 은퇴한다면 모를까. 은퇴할 날 30년 남았는데 캐시(현금)를 갖고 있나.
-지난 10년과 앞으로의 10년, 가장 큰 차이는.
△지금까지 메리츠자산운용에 충성을 다했다. 앞으로는 대한민국 국민들의 금융교육을 위해 충성할 거다.
-앞으로 존 리의 목표는.
△파주 영어마을에서 하는 금융교육 캠프 ‘존리의 부자학교’가 있다. 3월에 4회차를 앞두고 있는데 1000회까지 하고 인생을 마감할 거다. 부자학교 출신 금융인이 나오고 펀드매니저까지 하는 걸 보고 싶다.
◇존 리 전 메리츠자산운용 대표는
△1958년 출생 △서울 여의도고등학교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자퇴 △뉴욕대학교 회계학 학사 △1991~1994 스커더인베스트먼트 매니징 디렉터 △1994~2005 도이치투자신탁운용 매니징 디렉터 △2005~2013 라자드 자산운용 매니징 디렉터 △2014~2022 메리츠자산운용 대표